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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나 / 장덕조

장덕조<작가>
입력일 2021-01-11 11:39:46 수정일 2021-01-11 11:39:46 발행일 1970-04-19 제 71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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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문제 대장편 구상
부군의 위독시,  무의식중에 신께 기탁
교리보다 교회의 엄숙한 분이기에 끌려
지난 2월 24일 작가 장덕조 여사가 가톨릭에 입문했다。 일찌기「대원군」을 비롯 수많은 대장편 역사소설을 집필했고 현재도 동업한국일보에「이조의 여인들」을 인기리에 연재중인 장 여사의 입교는 불모의 한국가톨릭문단에 획기적인 동기를 마련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한 이 글은 본지의 서면질의에 대한 장 여사의 답이다。

【문】입교동기에 대해서…

【답】6년전이다。

남편이 중환으로 성모병원에서 급한 수술을 받게되었다。 남편이 수술실로 들어간 후 텅빈 방안에 나는 매우 초조한 마음으로 남아있었다。그때 병실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가 눈에 띠었다.

『주여』

하고 나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천주여 저 사람을 살려주시옵소서 저 사람을 살려주시면 천주님께 헌신하겠습니다』

하고 간절히 부르짖었다. 남편은 기적적으로 다시 생명을 연장하게 되고 내 가슴속에는 신에 거대한 약속이 부채(負債)처럼 남았다。그때 박제환 선생님의 소개로 정의채 신부님을 알게됐고 교리를 배웠다。그러나 바른대로 말해서 나는 교리 그 자체보다도 혜화동 사제관의 그 가슴이 얼어들어가는 듯한 서늘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너무나 좋아 교리를 배우러 가는 날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교리는 끝났으나 우리는 곧 영세를 받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그리고 5년을 기다려 이번에 입교하게 된것이다.

【문】신앙으로 인해 앞으로의 문필생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의 여부와 또한 신앙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답】나는 이번 입교를 계기로 천주교의 수난사를 소설화하기로 결심했다。이 일은 실상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며 정조 순조 때의 수난사는 소설「벽요동심은 뜻은」에서 다루었고 이조말엽 이야기는소설「대원군(전4권)」에서 취급했다。그러나 체계를 세워 전 수난사를 소설화하는 것은 방대한 계획이 될 것이다。이 소설은「더큐맨타리」텃치로 씌어질 것이며 만5천에 전10권으로 묶여질 것이다「픽션」보다 사실의 정확을 기해야하므로 취재에 2년 집필에 2년이 걸린다。지금쓰고있는「이조의 여인」도 2만장을 넘는 긴 소설이다 이씨조선의 파란많은 시대의 물결을 타고 부침한 모든 여인들의 이야기며 전15권으로 출간된다。당장의 집필계획으로는 이 두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다。

【문】작가는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존재일 것입니다。신앙으로 인해 어떤 구애를 받는다고 생각될 때는 없습니까。

【답】내게는 몇가지 괴벽이 있는데 그 한가지는 극도로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는 것이다。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가지 않으며 단체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심지어 문인협회니 여류문학가협회니 하는 단체가 있는데 그런데도 가입을 한 일이 없다。다만 한평생 고독한 방에서 혼자 삼엄히 글만을 쓰다가 생애를 마치겠다는 것이 내 사상이요 신조였다。

그런데 입교를 했으니 성당에도 나가야하고 교우들과도 어울려야 할텐데 그일이 조금 불안하고 고통스러우나 곧 익숙해질 줄로안다

【문】안중근 의사 옥중수기에 대한 소감은?

【답】안중근 의사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다。나는 그분의 의거에 못지않게 그 인격과 인품을 더 존경한다。적을 쏜 것은 애국심이나 끝까지의연한 태도로 죽음을 대한 것은 신앙의 힘일 것이다。신앙은 의지를 낳는다。

【문】끝으로 교회에 대해 한말씀…

【답】금번 입교하는데 있어 교리를 가르쳐주시고 영세를 배풀어주신 정의채 바오로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비바람 휘몰아쳐부는 날 편찮으신 몸으로 먼길을 찾아와 대모를 맡아주신 정훈모 선생님, 우리내외를 위해 끊임없는 기구를 해주신 세종로본당의 노 꼴룸바노 회장님, 내 여학교 동기동창이며 나의 입교를 누구보다도 기뻐해준 사랑하는 내 친구 경주근화여자중고등학교 교장 박 엘리사벨 수녀, 그밖에 나를 위해 기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장덕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