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우리들 차지] 처음 복사한 날 잊을 수 없어

조영기 · 서울 신천동본당 · 국5
입력일 2020-09-07 11:38:06 수정일 2020-09-07 11:38:06 발행일 1989-08-13 제 166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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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3일 첫영성체를 하고 복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 반 동안 준비과정으로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11얼 마지막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미사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첫 복사를 하게 되었다.

그날 미사에 부모님은 물론 누나와 어머니 친구분들까지 참석해 주셨다.

나는 무척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실수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마침내 미사가 시작돼 신부님을 앞에 모시고 선배복사와 함께 제대를 향해 나아갔다. 처음 입어보는 복사 옷이 발에 휘감겨 넘어질 것만 같았다. 제대에 오를 때는 무척이나 가슴 떨리고 두근거렸다. 그러나 선배복사에게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 차례로 떠올리며 복사를 했고 성찬의 전례가 시작되면서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미사 후 부모님과 엄마 친구분들이 『참 잘했다. 베드로가 아주 의젓하더구나』 며 칭찬해주셨다.

며칠 후엔 일요일 새벽미사에 복사를 하게 됐다. 미사 중 가장 중요한 주일미사에 복사를 하게 돼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새벽에 잠이 깨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토요일 저녁, 나는 『하느님, 미사 때 떨지 않고 실수하지 않도록 해주셔요』하고 기도하고 잠을 자려했다. 그러나 늦잠잘까 걱정돼 잘 수가 없었다.

자명종시계를 5시30분에 맞춰놓았지만 도무지 안심이 안 돼 새벽1시반이 넘도록 까지 깨어있었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시계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5시30분, 아빠와 엄마를 깨우고 옷을 단정히 입고 성당으로 갔다. 두 번째 복사를 하기 때문인지 미사 중에 떨리지 않았고 가끔씩 좌석 맨 앞줄에 앉으신 부모님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미사 중에도 선배복사들이 신부님 시중드는 것을 유심히 보고 배우며 편안히 미사를 끝냈다.

내가 복사를 하게 된 이유는 하느님께 많은 은총을 받으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불편하거나 나보다 불행한 어린이를 위해 은총 주시도록 기도하고 있다.

나는 신부님이 무척 되고 싶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아들이 나밖에 없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늙으시면 모실 사람이 없어서 확실히 결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나에게 신부님 되는 길을 가르쳐주시면 꼭 그 길로 갈 것이다.

조영기 · 서울 신천동본당 · 국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