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티없는 마음을 바쳐-성모성월에 부쳐

이규철
입력일 2020-02-14 16:52:09 수정일 2020-02-14 16:52:09 발행일 1976-11-07 제 103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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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숲을 이루던 나무잎들의 환호성

카인들의 함성에

홀로 서 있을 수도

잠들 수도 없는 힘겨운 밤입니다.

덮어놓고 백지에 도장을 찍을 수 없어

달걀로 바위를 깨려는 바보스럼이었지만

항거만 하는 세대가 되지 않으면

허울만의 유산으로 남기지 않으려

무리 중의 하나로

무리를 위한 바람으로

한 줌 용기로 희망만으로

모두들 바치여야 했던 장한 우리 님들…

눈을 부라리는 어른들로

딛고 일어서려는 통쾌감에

애써 평화를 찾는 이들 앞에

고개 한 번 들지 못하고

큰 기침 한 번 내지 못했지만

불을 지르고 따비밭을 일구면서도

옳음과 그름에 순박과 가식에 따른

숭고한 삶의 가치관이었다 함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장한 우리 님들

배가 두툼하지는 못했어도

금테 안경을 쓰지는 못했어도

이마가 깊숙히 벗어지지는 못했어도

황실 대궐

빳빳한 명함 한 장 없었어도

우리 등불 밝혀 주시고, 어둠 비추셨기에

자랑스런 훈장 영전에 모십니다

어떻게 하든 달아 드려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고관 재벌 장성

비의 아이 피로 자처하는 자녀들이

만일에도

아버지의 얼굴에 침을 튀기는 생활이라면

불효요 상놈이라 자신 있게 말하는 나, 우리들

장할 데 그지 없는 조상님들께

무엇을 어떻게

어떤 다짐으로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모든 것에 힘들고, 지루하고

발걸음도 무거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새벽잠을 설친 후의 생활

찌브듯한 순간 순간인 듯싶습니다

하오나

아침에 당신의 사랑

밤이면 당신 진실로

우리 임을 앞에

티 없는 마음으로 나설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지치도록 기다리는 모든 이 위하여

타도록 마른 입술

높직이 하늘 위 나타나소서

하늘 닿는 당신 사랑

온 땅에 빛나는 우리 임들

티 없는 마음 바치는 나, 우리들…,

동녘이 서녘에서 사이가 먼 것처럼

우리의 마음

옳고 그름에서 멀리하여 주십시오

등불 밝혀 어둠 비춘 우리 임을 따라

티 없는 마음의 유산

방향 잃지 않는 눈, 귀, 입, 손, 발…,

주님!

영원한 빛을 주십시오.

우리 임들! 주님 곁에서 평안한 안식 같이하십시오

이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