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원칙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거짓말」은「진리」가 아니기 때문에「진리」자체이신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 그러나 농담으로 혹은 선의의 거짓말도 있을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거짓말이라도 죄가 안 된다.
첫 번 째로 어떤 상황에서 내가 표현하는 말이 자기 생각과는 틀릴 지라도 이런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내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것에 대해서 비밀을 지켜야할 경우 그것을 묻는 사람에게「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다. 너는 그런 진리를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예수님도 세말이 언제 오는가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니 조심해서 항상 깨어있어라』(마르꼬 13,, 32~33).
예수님 당신은 알고 있었지마는 그런 남자를 우리는 알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준비하고 살아가기 위한 교훈의 내용이다.
두 번째로는 사회 관습상 서로 통용되는 말은 거짓말이라도 죄가 안 된다. 예컨대 전화로 누가 어느 날 좀 만나자고 함에 그 사람과의 만남이 싫고 큰 이유가 없을 때『그날 다른 일로 바빠서 만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과 만나기 싫다는 뜻으로 표현되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이 물건 값을 깎을 때『그렇게 팔면 밑진다』고 하는 것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 값으로는 팔수 없다는 표현으로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집에 초대되어 음식을 먹을 때 실상 별맛이 없어도 인사상『음식 맛이 좋다』하는 것, 또는 부모가 걱정할까봐서 안부 말에 병석에 누워있으면서도『괜찮다』고 하는 표현 등은 죄가 안 된다. 의사가 환자에게『곧 나을 것이다』하는 표현 등도 그렇다.
세 번째로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 두 가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에는 거짓이 죄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박해시대에 포졸들이 어느 공소회장을 잡기위해서 바로 그 회장에게『박 회장 어디 있는가?』물을 때『아마 그 회장님, 이 근방에 있을 것이다』하고는 자신의 체포를 모면할 수 있다. 바로「그 자리」는「이 근방」이라는 말과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졸들이『너 천주교 믿느냐?』할 때『믿으면 어떻고 안 믿으면 어떠냐』하는 반문은 신앙을 배신하는 것도 아닌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