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잔치상에 감 내놔라、배 내놔라 하지 말라는 속언이 있다. 잔치상에 무엇을 놓던 말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이 알아서 할 일이고、하객은 구경이나 하고 주는 음식이나 얻어먹고 가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의 집 잔치상에 입을 대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것은 그 잔치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다. 그 관심이 어느 정도로 어떤 성질의 것인지는 물론 사람에 따라 그리고 잔치상의 내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지난 2월 1일 서울서 열린 통일교 창시자 交鮮明씨의 고희(古稀)축하행사가 몇몇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국내 모든 언론이 한결같이 다 입대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의 사정들이 없지 않겠지만 그 속사정 가운데는 고희를 앞두고 일간지들에 배정된 5단 통광고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는 못할 것이다.
어쨋던 2월 1일 오전 11시 국내외 8천여 신도가 모인 가운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고희 경축식에는 손 산민주 캄보디아 연정총리、살리나스 前 볼리비아 대통령 등 외빈 2백여 명이 참석했으며 나카소네 등 일본의 전현직 각료들은 대형화환을 보내 축하했다고 한다.
찬송가 한곡 부르지 않고 두시간 반동안 진행된 이 행사에서 통일교회의 실력자로 알려진 김모、박모、곽모씨 등이 최상의 수식어로 交 교주의 업적을 칭송하면서 그를『역사이래 가장 위대한 분』으로 일컬었다고 한다.
예물증정 순서에서 산하단체를 대표한 각계 인사들이 交 교주와 부인 韓鶴子씨(47)에게 어른 주먹크기의 순금지구의와 금관 등 수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선물을 증정했단다.
이날 交씨가 받은 금관은 순금 2백돈쭝、부인 韓씨가 받은 금관은 순금 1백 50돈쭝으로 모양은 신라시대 금관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직 있는데 보석전문가들에 따르면 交씨의 금관은 금값과 세공비가 2천여만원、주비값만 5천만원 이상으로 합계 1억권、韓씨의 것은 7천여만원 쯤 될 것이라는 것.
참석자 전원의 기립박수 속에 마이크 앞에 선 交씨는 인사말을 통해『현대문명은 중대한 위기의 갈림길에 처해있다』면서 자신은 앞으로도 인류와 세계를 위해 봉사를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이어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경축공연과 저녁 7시반 힐튼호텔「컨벤션센타」에서 열린 축하 만찬회도 발들여 놓을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날 만찬회 비용만 적어도 6천만원(1인당 3만원짜리 2천명분)의 예산이 잡혔다고 한다.
그리고 경축공연에는 리틀엔젤스를 비롯 브라질 미국 일본 호주 등지에서 내한한 공연팀들의 특별순서가 진행됐으며 통일교 산하의 워싱턴 타임즈가 제작한 交교주 일대기「心情」이 상영됐으며 국내외 각계 인사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축하만찬회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트가 축가를 불렀으며 멕시코 국제법 학화는 交 교주에게 최고훈장을 수여하고 부인 韓씨에게는 미뉴저지주 불룸필드대학의 명예문학박사학위 수여식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통일교사상 최대규모인 이번 행사에는 주식회사 통일 등 14개 기업체는 물론 통일교 산하의 비영리 외곽단체인 국제승공연합、통일사상 연구원、세계평화교수협의회、국제크리스찬교수협의회、전국대학원리연구회、국제기독학생연합회、경복국민학교、선화예술중고등학교、성화신학교、통일신학교、선정고등학교、리틀엔젤스 무용단、유니버설발레단 등이 총동원돼 교주의 고희잔치를 마련했다고 한다.
참으로 엄청나고 기가 막힐 잔치판이다. 활자로 전해지는 내용만 들어도 그 규모나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래 문교주의 생일인 음력 1월6일을 「부모님 탄신일」이라해서 가장 큰 축일로 기념해오고 있는 통일교 편에서는 교주의 고희를 가장 성대하게 축하해 그리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닐것이다. 더구나 문교주을 「메시아」또는「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종교지도자」로 숭앙하고 있는 통일교 신도들에게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로 생각될 일이다.
덧붙여 통일교가 지금까지 국내외적으로 쌓아놓은 정치ㆍ경제ㆍ언론ㆍ출판ㆍ교육ㆍ학술ㆍ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함으로써 통일교 자체의 포교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치(?)나 참견 같은것은 애당초부터 안중에도 없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남의 집 잔치상에 대해서는 옛부터 말이 없을 수 없는 법. 특히나 한 사회의 지도층이、그것도 종교지도자에 관한 일이면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는것이 오히려 이상할 듯.
여하튼 지금 우리 사회가 과소비풍조를 개탄하고 있고 황금만능성의 외침이 강하게 일고있는 가운데 벌어진 한 종교지도자의 초호화판 고희잔치는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여기서 1985년 5월 19일자로 교황청 비그리스도교 사무국이 발표한 「통일교 관여 금지」지침을 돼새겨 보게된다. 이 지침은 전세계 모든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들이 비록 선의라하더라도 통일교 주관 또는 후원사업에 참여해 이용당하지 말라는 요지로 ▲통일교는 반공운동의 기치아래 종교와 정치를 극도로 혼동시키고 있고 ▲통일교는 영리를 위한 막대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교주가 복역하는 등 많은 경우 재정 사건으로 기소돼있으며 ▲통일교 스스로는 그리스도교라 주장하고 있지만 메시아로 자처하는 문선명과 그 교리로 보아 분명코 그리스도교는 아니라는 것 등을 관여금지 이유로 밝혔었다.
매년 1월 한주간을 그리스도교 일치주간으로 지내오고 있는 우리가 가톨릭교회가 통일교에 대해서는 이처럼 냉정한 입장을 취하고있는 숨은 뜻을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