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 어찌할 바 모르고 가슴만 두근두근한, 그런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하다. 세상 모든 이들의 아련한 기억, ‘짝사랑’의 증상을 이처럼 감칠맛 나게 묘사한 표현이 또 있을까? 초생달처럼 눈꼬리를 내린 미소로 하늘하늘 소리를 꺽는 주현미씨의 ‘짝사랑’이다. 눈을 마주치고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마주오는 눈빛이 대체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지 그저 당황스러운 그런 연인의 모습이다.
눈을 마주친다는 행위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동서와 고금에 따라서, 신분과 지위에 따라서,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서로의 눈을 마주 바라본다는 것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서로의 감정을 전하고 교감을 나눈다는 것이리라. ‘아이컨택’(eye contact)이라는 표현을 통해, 서구에서는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시선을 마주하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시선을 피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다.
때로는 달달한 연애 감정으로 눈동자 그 뒤에 숨겨진, 혹은 이미 검은 자위, 흰 자위 푹 적셔버린 따끈한 열정을 감지한다. 무협지에서처럼, 부모의 원수를 드디어 만나 호랑이의 눈처럼 활활 불꽃이 이는 눈으로 상대를 덮어버리려는 마주침도 있을 것이다. 어두운 뒷골목, 덩치 큰 괴한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비겁한 심사도 있을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제 발 저린 탓에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도 내 속이 들킬까 하는 걱정에서이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통속적인 말이 생겼나?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를 위해서 교황청 전례·공보 담당자들이 실사차 한국을 찾았다. 공보담당관 마테오 브루니는 세 가지를 취재 기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교황의 방한 행사들은 교황이 전하려는 메시지 중심으로 이뤄지니까 메시지 자체에 귀를 기울일 것이 하나이고, 종교 예식이 지니는 엄숙함을 존중해줄 것이 두 번째 요청이다. 나머지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눈을 마주치는 것이 핵심임을 유념해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황이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눈을 마주치는데 취재한답시고 걸리적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당부를 들으면서 필자는 내심 찔리는 바도 있었고, “기자들이 어지간했나보군” 하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도 나왔다.
다른 교황들에게도 그러했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아이컨택’은 유독 중요해 보인다. 아니,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순히 눈을 마주치는데 그치지 않고 군중 속으로 성큼성큼, 주저하지 않고 그들 가운데로 들어선다. 전임 교황들처럼 방탄차를 타지도 않을 뿐더러, 갑자기 차를 세워 안면 있는 고국 출신 사제를 차에 태우기도 했다. ‘기도해달라’는 글이 붙은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축복을 하기도 했다. 경호 담당자들은 난감할 지경이다. 아마도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면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 때문에 경호원들의 시름은 클 것이다. 차까지 가장 작은 차를 타신다니….
어쨋든 눈빛을 마주치는 행위는 교황에게 유난히 의미를 지닌 듯하다. 그 요청은 곧 다른 또 하나의 요청, 즉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해달라는 요청과도 상통한다. 아무리 화려한 행사도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감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그분의 눈을 마주치고, 그분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가슴만 두근두근’해서야 어디 ‘진도를 뽑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