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장애인의 성(性) 문제 다룬 영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3-01-16 09:26:00 수정일 2013-01-16 09:26:00 발행일 2013-01-20 제 282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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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하신 성모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논란 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장애인의 입장에서 다루는 영화
‘성(性)과 사랑’에 대한 질문 던져
지체장애인 마크 오브라이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션-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성 문제에 대해 다루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침대 위에서 생활하며 호흡기를 물고 있는 남자의 눈은 절박하다. 힘겹게 눈을 돌려 질문을 던지는 대상은 성모마리아. 그는 마리아에게 이렇게 묻는다. “자비하신 성모님, 몸을 느끼는 방법이 대체 뭐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애인의 성 문제를 다룬 영화 ‘세션-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The Sessions)이 17일 개봉됐다. 오로지 얼굴근육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지체장애인 마크 오브라이언(존 혹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으로 38년 동안 성에 대해 알지 못하고 살아온 그는 성에 관한 수두룩한 궁금증과 꿈만을 안고 살아간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온 그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인근 본당의 브렌단 신부(윌리암 H. 머시). ‘저도 섹스하고 싶다’는 마크의 당찬 질문에 신부도 고민과 갈등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헬렌 헌트)을 만나게 되는 마크. 이때부터 그는 사랑과 성에 눈을 뜬다. 그런 그에게 사제는 비공식적인 허락을 해준다. “그분께서 자네에겐 특별히 허락해주실 것 같아. 한 번 해봐.”

영화는 장애인의 성 욕구, 성과 사랑에 대한 아름다움과 함께 장애인 성도우미의 등장, 성에 대한 종교의 교리, 신자로서의 죄책감 등 자칫하면 민감하거나 윤리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문제들을 장애인의 입장에서 어루만진다.

또 처음 ‘하느님이 자기 형상으로 자신을 지은 것을 보면 좋지 않은 취미를 가지셨다’고 말할 정도로 신에 대한 원망과 약한 자존감을 보이던 그가 성과 사랑에 눈뜨며 정화와 승리감,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도 다룬다.

교회도 논의대상을 정신지체 장애인에 국한했지만, 1996년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주관으로 ‘가톨릭 정신지체인 부모회 세미나’를 다뤄 장애인의 성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장애인 부모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당시 발제자였던 대구대학교 이상복(치료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정신지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른 성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며 “성적행동, 자기자극행위, 성교 등을 변별하지 못하는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 차원에서의 성교육을 통해 정상적 사회적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장애인의 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키스하고 함께 누우면 어떤 느낌일까’ ‘신부님, 저 좀 안아주세요’ 등 영화 속 마크의 궁금증과 사랑에 대한 갈구에 엄격한 교리적 잣대만을 들이대기란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관과 같은 호흡기 안에서 매일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그에게 성에 대한 궁금증은 산소와 같은 삶이었기 때문이다. 성모마리아와 브렌단 신부에게 던졌던 마크의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은 비단 그들에게만 던지는 질문은 아니다.

2013년 골든글로브 영화부문 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 후보작이다. 감독 벤 르윈, 95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