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백화점 1층 화장품코너에서 근무하다 너무나 허무하게 고귀한 생명을 잃어버린 고 송은정(아가다ㆍ29ㆍ충북 영동번당)씨.
『3년 전에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 서울에 올라와 가족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생활이 좀 펴지나 했는데···』
고 송은정씨의 아버지 송기선(블라시오ㆍ58)씨는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마침내 터뜨리고 말았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송기선씨가 송은정씨를 마지막으로 본것은 지난 6월 6일. 결혼1주년을 기념해 송은정 부부가 고향에 인사드리러 온때였다.
작년 6월 6일 김기형(마티아ㆍ31)씨와 결혼한후 거의 매일 전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곤했던 송은정씨의 효성과 착한 마음씨를 기억하는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내를 살려내세요』
사글세방을 전전하다 최근 어렵게 2천만원 방두칸짜리 전셋방을 얻은 송씨가 전세집장만의 기쁨을 이야기하던 때가 어제 같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남편 김기형씨는 아내의 영정을 바라보더니 이내 실신하고 말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어려운 가정에서 1남1녀중 둘째로 태어나 남달리 생활력이 강했다는 그녀는 김천 보건전문대학을 졸업하고 3년전 서울로 올라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장 피어나던 행복의 씨앗을 송두리채 짓밟은 삼풍사고. 이 건물붕괴는 사회안에서 한 신앙인이 오랜기간 쌓아온 수많은 사람과의 정과 사랑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
쓸쓸하게 강남성모병원 빈소를 혼자 지키는 남편의 등돌린 모습에서 삼풍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회의 또다른 무관심을 보는 듯했다.
어려서부터 상당에 다니며 신앙생활도 열심이던 그녀는 열심한 삶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이 내린다고 믿었었다. 그녀의 꿈을 앗아간 것은 아버지 송기선씨의 말처럼 바로 죄많은 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