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요즘 이데레사씨가 몸이 좋지 않아 성당에 못나오는데 병문안 가야되지 않겠어』『사무장님, 제가 현재 교무금이 얼마나 밀렸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마산교구 양덕동본당(주임=강영구 신부) 사무실 안이 사무장을 찾는 저마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어느 할머니가 전하는 본당 신자방문부터 한 아주머니의 교무금 문의까지. 여러 부류의 신자들이 다양한 개인적인 일로 사무장을 찾는다. 이럴 때 환한 웃음으로 신자들을 대하며 노련하게 일을 처리해가는 양덕동본당 사무장 강남도(로벨로·51)씨. 지난 73년부터 사무장 일을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26년째다.
강씨는 73년 마산 월남동본당에서 사무장 일을 시작했다. 이 일과의 인연은 71년 군복무 중 마산 국립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결핵으로 입원한 그는 당시 병원에 봉사자로 있던 오스트리아 출신 하마리아씨를 만나면서 교회에 봉사할 것을 결심했다. 강씨가 삶에 대해 너무나 힘들어할 때 하마리아씨는 따뜻한 위안이 돼 주었고, 모범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당초 수도원에 뜻을 두고 수도자가 될 꿈을 가지고 있던 강씨는 건강이 안좋은 관계로 그 뜻을 접고 있었다. 하지만 강씨는 하마리아씨와의 인연을 맺으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고 주님께 온전히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고, 그중 사무장직을 택하게 됐다. 또한 『사무장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나이가 들어서 활동을 못할 때까지 오래오래 사무장을 하거라』고 당부한 강씨 친할머니의 얘기가 그에겐 많은 용기와 힘을 주었다고.
강씨는 양덕동본당의 산증인. 76년 본당 설립 당시 초대 박기홍(요셉) 신부로부터 현재 7대 강영구 신부까지 주임신부 곁에는 언제나 그가 함께 했다. 세월의 흐름만큼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처음 강씨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땐 그에게 부여된 임무가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차량이 귀하던 시절에 걸어서 한시간 가량 되는 고암, 석전까지 신자방문을 위해 매일 걸어 다니기도 했다. 강씨는 당시 공소신자까지 해서 350여명 남짓했던 시절이었던 만큼 신자들간에 훈훈한 정과 사랑이 흘러 넘쳐 가족같은 분위기였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신자들의 개개인 경조사에 신자들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함께 했었다고. 그는 지금 교적상 신자수가 4천명인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사실 무척 피곤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어디를 방문하던 반갑게 맞는 그들을 보며 힘을 얻곤 했었습니다.
강씨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인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6시 새벽미사에 나와야 하기 때문. 보통 50~70여명의 신자들이 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어 이때부터 사무장 일을 수행하고 있다. 이때 병자방문이나 상가가 있을 경우 성당 봉고차로 신자들과 방문을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릏 시작한 강씨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 10시경이 된다.
강씨는 당시 완월본당 레지오 단장을 하던 지금의 부인 석용숙(마리아)씨를 만나 77년 결혼했다. 부인과의 사이엔 지은(요세피나), 지현(로사), 지원(데레사) 세 딸도 있다. 그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성장해준 세 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딸들이 어렸을 땐 투정도 많이 부렸다. 다른 집 아버지처럼 휴일이라고 같이 놀러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 그런 자식들과 아내에게 강씨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특히 누구보다 이 일을 잘 알기에 묵묵히 자신을 내조해준 아내에겐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자식들이 어렸을 땐 우리 아빠는 주일도 이렇게 바빠 함껜 놀아주지 못하느냐고 응석도 많이 부렸습니다. 그땐 마음도 아프고 미안했지만 언젠간 알아주리라 굳게 믿고 있었죠. 이젠 오히려 자식들이 제게 많은 힘을 줍니다』
강씨는 술, 담배도 일절하지 않으며 최대한 절약하며 살았다. 하지만 자식들이 성장하면서 사무장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일을 해볼까 인간적인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주님께서 거두어 주실터이니 열심히 살자고 조언해주는 아내의 격려와 본당 신자들의 따뜻한 사랑이 아른거려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이때부터 그는 본당의 양해속에 성물판매를 시작했다. 신자들은 좋은 질의 제품을 저가로 살 수 있어 좋고, 강씨는 생활비에 보탤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마산교구 사무장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남도씨, 그는 교구내 사무장들의 맏형으로서 후배 사무장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강씨는 후배 사무장들이나 새로 들어온 사무장들에게 항상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사무장은 신자들이나 외부인들 누가 방문하든지 맨처음 대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인상을 좋게 보여야 하고 누구에게든지 친절하게 봉사해야 한다. 교우 한사람 한사람의 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낄줄 아는 마음이 사무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늘상 하는 얘기지만 강씨는 후배 사무장들이 반드시 그렇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날 때마다 이 말을 잊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30여년 살아온 선배 사무장으로서 후배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고 깊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제가 처음 사무장 일을 시작하면서 간직했던 그 마음을 지금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당에 부임하시는 신부님들의 신자들에 대한 열성과 신앙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사시는 여러 신자분들을 보며 용기와 힘을 얻곤 하죠』
부임하는 사제들을 잘 보필하며 언제나 이 길을 가고자 기도하는 강남도씨. 그에겐 잊지 못할 사제들과 신자들이 많이 있다. 신앙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본당 신부, 수고한다며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본당의 여러 어른들, 강씨는 평생을 이들과 함께 주님 복음사업에 투신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지금까지 저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앞으로 본당을 찾는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미력하지만 이 일은 바로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이라 생각하고 성실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