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유안진 시인 열두번째 시집 ‘다보탑을 줍다’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4-10-31 11:14:00 수정일 2004-10-31 11:14:00 발행일 2004-10-31 제 242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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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인생
삶을 대하는 치열한 고뇌 담은 70여편 시 실어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시인 유안진(글라라.63.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씨가 자신의 열두번째 시집 「다보탑을 줍다」(창비/132쪽/6000원)를 출간했다. 지난 2000년 내놓았던 「봄 비 한 주머니」에 이은 4년 만이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어언 40년 시력(詩歷)의 시인이지만 시 앞에서의 방황과 고뇌는 어느 젊은 시인 못지 않게 치열하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생활의 문맥 구석구석에 숨은 여성성과 사회성의 맥락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표제작 「다보탑을 줍다」에서 시인은 길가다 주운 10원짜리에 그려진 다보탑을 보면서 「쓸모 있는 듯 별 쓸모 없이」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多寶塔)을 주웠다 /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 석존(釋尊)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 … //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다보탑을 줍다」 중에서).

또 60줄에 들어선 그가 딸이자 며느리이고 어머니이면서 여자인 삶을 거울로 삼은 「참 나」에 대한 거침없는 진술들은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생수를 마실 때마다 물보다 낮춰 살았던 어머니를 떠올리고(「어머니의 물」), 딸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며느리가 되고, 결국 산 사람보다 귀신들과 더 자주 밤을 새우고 제삿상만 책임진다(「며느리」)고 토로한다.

시인은 나이 듦에 대해서도 자근자근 털어놓고, 전래동화를 비틀어 시로 고쳐 썼다. 이밖에도 시집에는 삶을 대하는 치열한 고뇌가 절절히 담겨 있는 시 70여 편이 실렸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