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있어 무교(巫敎)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무교를 비합리적인 미신이나 우상숭배로 치부하지만, 반면에 다른 이들은 무교도 나름대로의 분명한 종교적 체험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종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교가 보는 우리나라 그리스도교는 어떤 모습일까. 20년 이상 무속을 연구해온 박일영 교수(가톨릭대 종교학과)가 펴낸 「한국 무교와 그리스도교」는 무교의 정체성을 종교학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그리스도교와 무교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우선 무교적 관점에서 볼 때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특징은 「신바람.현세지향.탄력성」이라고 말한다. 수 백만 명이 한번에 모여 새벽기도를 바치고 성령운동을 여는 것이나, 현실의 고통을 치유해 달라고 기도하는 모습, 또 주일미사의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쉬는 신자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무교의 기본성향이 아니고는 설명되기 힘든 현상이라는 것. 저자는 『무교와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숭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며 『특히 무교의 굿과 그리스도교의 미사는 서로 구조적인 공통점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신령님과 하느님을 비교한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는 무교에서 나타나는 「까다로운 신령」과 「수더분한 신령」처럼, 그리스도교에도 「아브라함의 엄격한 야훼」와 「예수의 아버지 같은 인자한 하느님」 등 두 얼굴의 신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즉, 신령님과 하느님도 결국에는 인간이 하기 나름이며, 인간의 종교적 성숙도에 따라 다르게 수용된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공수와 계시」라는 제목 하에 두 종교의 계시 문제를 비교.고찰하며, ▲종교성과 신앙심 ▲그리스도교의 토착화와 무교 등의 주제 논의를 통해 무교의 영성과 그리스도교의 문화가 만나 함께 이뤄 내는 「상호 선교」의 이상점을 모색했다. (박일영/분도출판사/256쪽/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