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회의 사명은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그러나 이 사명을 교회 일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전교사들은 그들이 맡은 사명이나 활동에 비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급료와 해임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어 전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책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로마」교황청에 보낼 72년도 전교사 보조비 신청에 의하면 전국의 평신도 전임 전교사 수는 2백97명(남 1백59, 여 1백38). 여기에 전임 전교수녀 1백69명을 합하면 교구가 인정한 전임 전교사는 4백66명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 가톨릭 종교사회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 전교사들 중 과반수를 훨씬 넘는 6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2만 원 이하의 보수를 받고 있고 그 중에는 1만 원 미만의 보수를 받고 있는 사람이 약 10%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정해진 보수 규정에 따라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구의 형편이나 채용한 본당의 경제 사정에 의해 지불되고 있으며 근무 후 생계 보조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퇴직금 제도는 14개 교구를 털어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투철한 사명감에서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 한 선뜻 전교사로 나서기를 꺼리는 경향이 일반화되어 매년 가톨릭교리신학원은 모집 정원에 미달되는 응시자를 상대로 맥빠진 선발 시험을 치루고 있는데 금년은 모집 정원 40명에 38명이 응시, 이 중 남자는 수도회 소속 2명을 포함 6명에 불과하다.
작년에 실시한 종교사회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현직 전교회장들의 가장 큰 애로는 보수가 너무 적고(74.6%) 따라서 자녀교육이 어렵다(64.5%)는 것인데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유능한 전교사 확보는 바라기 어려운 실정이다.
처우문제와 함께 전교사들이 당면한 문제는 신분 보장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는「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에서 전교사에게『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여 상응한 생활 수준과 사회 보장이 배려되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는 바 한국의 실정은 공의회 정신과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느낌이다.
도시와 일부 지방에서는 제대로 전교사로 대우를 받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는 본당 사무원 보조나 심지어 청소까지 해야 하는 심부름꾼 대우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들에 대한 채용, 해임을 본당신부가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예가 많아 사소한 실수나 감정 대립으로 또는 본당의 비리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해임된다든가 본당신부가 바뀔 때마다 아무런 대책 없이 해임되는 경우도 있어 전교사들은 보장된 일자리로 긍지를 갖고 일하는 데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보수가 적은 애로 다음으로 신분 보장이 되어 있지 않음을(46.5%) 들고 있다.
얼마 전 가톨릭교리신학원을 마치고 지방에서 전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청년이 동 학원 원장신부에게 보낸 사연은 이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말해 준다.
한 귀절을 소개하면『오늘도 본당신부로부터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의 멸시를 받았습니다. (중략) 일어난 일들을 모두 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가실 줄 믿고 삼가 신부님께 다른 교구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원장 이상운(이리노) 신부는 이런 사연은 일주에도 몇 통씩 받다 보니 이젠『이 일을 그만두고 싶을 뿐』이라면서 안타까운 표정이다.
전교사는 사회가 분업화해 가는 추세에 맞추어 전문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 교회는 이들에게 사명의식과 함께 알맞는 보수와 신분 보장에 솔선해야 할 때가 왔다고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현재 교회가 지급하는 전교사 보수는 본당이 주는 것과 교구 보조금을 합한 것. 교구는 매년「로마」에 전교사 보조금을 신청, 이를 재원으로 전교사 양성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금년 14개 교구가 신청할「로마」보조금은 약 7천만 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