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음성나환자들이 일반병원에서의 외면으로 나병 이외의 각종 질환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즈음 가톨릭의사도 아닌 비신자로서 오직 사랑의 정신으로 이들을 무료로 진료, 수술까지 해주는 등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인술의 사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시 동성로 3가 12번지 송안과의원 원장 송조영 박사-.
『대부분의 음성나환자들이 나병의 후유증으로 외모가 보기 흉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데도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그냥 방치된다는 것은 의사의 양심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일고 말하는 송 박사는 그가 나환자 치료에 손대기 시작한 것도 오직『의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55년 구라선교회를 통해 나환자들의 참상을 전해 듣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 애락원 신동 국립피부과병원, 성신원 등의 나환자들의 안과 질환을 치료해 온 송 박사는 68년 6월부터 칠곡 가톨릭피부과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해 주고 있다.
송 박사는 피부과병원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이래 만 5년이 넘도록 단 하루도 진료날을 거른 날이 없었다. 의사 한 사람의 태만으로 전국에서 안과 질환 치료를 위해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병원을 찾고 있다는 것.
한 번 왕진에 보통 20명~50명의 나환자들을 돌보는데 치료비는 전액 무료. 단지 수술을 요하는 중환자는 칠곡에 안과수술 시설이 없어 병원으로 데려와 수술을 하는데 수술비는 약품비 정도의 실비로 봉사해 주고 있다.
음성나환자들은 나병이 완치돼도 체질이 약해져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쉬운데 안질은 이들의 최대의 고민거리기도 하다는 것. 그 이유는 의학적으로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안구(眼救) 주위에는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도 많은 혈관이 모여 있어 나균이 이 혈관을 파괴한 결과가 아닌가고 송 박사는 풀이하고 있다.
일반병원에서의 치료 거부로 실명 직전의 위험한 상태에 있던 나환자가 피부과 병원을 거쳐 송 박사의 손으로 광명을 되찾게 되었을 때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의사로서의 흐뭇한 보람을 느낀다는 송 박사-.
그러나 처음에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이것은 모든 의사들의 고민이기도 하고 일반병원에서 나환자들의 치료를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일반환자들이 음성나환자들을 잘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것.
한 번은 음성나환자가 피부과 병원 직원의 안내로 병원에 들어왔을 때 마침 송 박사의 진료를 기다리던 40여명의 외래환자들이 질겁을 하고 도망친 일도 있었다.그러나 송 박사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의대를 지망할 때부터 불행한 형제들을 위해 봉사겠다던 그의 신념은 이 사건으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송 박사는 일반환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고 특히 음성나환자는 체내에 균이 전혀 없는 완치된 사람으로 외모가 보기 흉한 것은 나병의 후유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했다.
한편 의사도, 간호원도 일반환자와 조금도 다름없이 나환자들을 친절히 맞고 치료하는 광경을 보고 또한 송 박사의 설명을 들은 외래환자들도 하나둘 그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기시작했다.
이제는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여기서 나환자들이 떳떳이 치료받는 것을 보고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그의 뛰어난 인술이 널리 알려져 병원을 찾는 일반 환자의 수는 늘어만 갈 뿐이다.
손발이 불구가 된 나환자들이 시력마저 상실해서는 안 되겠기에『언제까지고 이들 불우한 나환자들을 도울 계획』이라는 송 박사는 47년 경북의대를 졸업, 대학병원 안과에서 근무하다 60년 현재의 자리에 개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62년 독일「하이델베르그」대학교에서 3년간 수학,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송 박사는 부인 김성순 여사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