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134. 윤리신학 6. 행위론 (상) / 최창무 신부

최창무 신부ㆍ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9-07-10 15:14:53 수정일 2019-07-10 15:14:53 발행일 1990-09-16 제 1721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체의식과 자유의지로 행해야
인격적ㆍ논리적인 행위로 인정해
인간의 행동과 위격적행위

사람들이 윤리적 평가를 할 때 어떤 행동을 두고 말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전제하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저 사람 나쁜 사람이야』, 『그 행동은 벌을 받아 마땅해』등 한 행동을 두고 인격의 윤리성이나 행위의 책임성을 묻는 경우와『그는 모르고 그랬어』『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걸』하면서 윤리성이나 책임성을 면제하는 평가를 한다.

이로써 인간의 행동 중에서 한 인간의 위격과 연관되는 행위가 있는가 하면 인격과 관련을 지을 수 없는 단순한 행동, 즉 위격과 분리되어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행동이 있음을 안다.

윤리학에서는 편의상 전자를「인간적 행위」라고 하고 후자를「인간의 행동」이라고 했다. 본인은 편의상 전자를 위격적 행위라 하고 후자를 인간의 행위라고 하겠다.

이를 테면 인간의 행위가 모두 위격적 행위는 아니며 따라서 윤리적 행위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인간의 행위가 위격적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특성인 지성적 요인과 의지적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지성적 요인

어떤 행동이 위격적 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행위의 주체로서의 의식과 자기가

행동하는 의미와 목적을 알아야 한다.

첫째. 행위의 주체로서의 의식. 누구나 행동할 때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자기가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은 주체의식이 없다면 그에게서 연유된 행위들도 그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예컨대 유아나 정신질환자등 자기 의식이 없이 어떤 행동을 하면 그의 보호자나 사회에 책임이 있을 지언정 본인들에게는 윤리성이 부과되지 않는다.

둘째.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행동의 의미나 의의를 모른다면 그러한 행동이 취해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모르는 것을 원할 수 없으며 따라서 동기유발도 목적의식도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하고자 하는 행동의 내용과 의미를 아는 것이 위격적 행위의 전제조건이다.

2. 의지적 요인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어 필연성이나 본능에서가 아니고 당위성을 깨달아 자유로이 선택하고 동의하여 결정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자유의지로 동의하지 않은 것은 그 본인의 의도가 아니며 본인의 의도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로 그것은 위격적 행동이 될 수 없다. 예컨대 누가 공갈이나 협박에 의하여 마지못해 했다거나 착각으로 자기 뜻과는 반대로 이루어진 행위와 관계되는 경우다. 따라서 위격적 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본인이 원하고 자유로이 동의(同意)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격적 행위의 장애요인

위격적 행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인식 내지 의식과 자유의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너희가 내 말을 들으면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해방할 것이다』(요한 8, 31~32)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참된 삶을 위한 진리의 인식(복음)과 그 깨달음을 통해 얻게 되는 자유를 암시하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행하게도 인식이나 자유의지에 있어 많은 제한성을 가진다. 시간과 공간의 예속성은 물론이고 문화적 유산, 유전학적 조건, 성장과정에서의 한계성 등은 우리가 위격적으로 성장, 성숙하도록 주어진 여건이며 동시에 일정한 틀 안에 놓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이고 공통적 인간의 제한조건 이외에 실제 행동을 하는 데 있어 위격적 행위에 장애를 주는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곧 위격적 행위의 기본 조건인 인식과 자유의지에 장애를 주는 요인들이다.

1. 지성적 장애요인

첫째. 무지(無知)나 무식(無識)은 인간이 바르고 참된 행동을 하는 데 장애가 된다. 모르고 할 때 자기 원의와 반대되는 것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주의(不注意)나 분심(分心)은 순간적으로 인간의 의식을 흐리게 하여 본의 아닌 행동을 하며 자기 의사를 조절할 수 없게 한다.

셋째. 오류나 착각도 인간의 본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기초가 잘못된 건축물과도 같이 전체 행동을 왜곡시켜 준다.

위의 세 가지 장애요인들은 그 정도나 상황으로 보아 지식이나 의식에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 성격과 정도에 따라 윤리성이 결정된다.

2. 자유의지에 미치는 장애요인

첫째. 물리적이고 외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강요나 협박, 최면(催眠)이나 환각, 마취 등으로 행동하는 자의 자유의지를 제약할 수 있다. 그 제약의 정도에 따라 위격적 행위의 장애 정도는 결정된다.

둘째. 정신적이고 내적인 요인으로 자유로운 동의없이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극도의 흥분이나 공포, 기쁨이나 슬픔 등이 중용을 지킬 수 없게 만들어 인간적 행위의 자유를 속박할 수 있다.

셋째. 습관이나 풍습 때문에 일정한 행동을 하는 데 장애를 받을 수 있다. 마음의 결심과는 다르게 습관의 힘에 이끌려 행동하는 수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한 윤리불감성(倫理不感性)이 있을 수 있다. 마치 색맹(色盲)이 특정한 색깔을 식별치 못하는 것과 같이 특정한 도덕(道德)이나 윤리적 가치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거나 싫어서 윤리적 행동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위의 경우 자유의지에 대하여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그 윤리성이 결정되므로 제3자로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인간상호간에 이해와 관용이 요청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인간의 한계성과 현실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건전한 위격적 행동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바른 지식의 함양과 의지 훈련을 해야 한다. 「자유롭게」선을 행하고 악을 피할 수 있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자유를 은혜로 주셨고 한결같이 돌보아 주신다. 우리가 얼마만큼 성실히 그 분께 응답을 하려고 하는 지가 문제다.

최창무 신부ㆍ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