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 어제는 서쪽사원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동쪽사원에 가볼 차례였다. 걸어가기에는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카주라호 전원풍경을 만끽하며 걸어가니 다리 아픈 줄을 모르겠다.
사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후의 태양을 받아 돌도 침묵한다는 동쪽그룹의 사원중 힌두사원은 조촐하고 아담한 것으로 제각기 장소도 떨어져 있었다.
하나로 무리지어 있는 피르슈바나타, 산티나타, 아디나타 등은 자이나교 사원이었다. 서쪽사원에서는 여기저기 펼쳐져 있던 미투나상도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조용하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별로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부분 부분에 새겨진 조각들을 보며 역시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저런 조각술이라면 선진국 못지 않은 실력일텐데… 인도에게 일말의 희망의 꿈틀거렸다.
2월2일 오늘은 카주라호에서 5km떨어진 작은 마을 라지나가르에 다녀왔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특별한 사원 따위는 없지만 장이 열리는 날이라고 해서 가보았다.
우리나라의 5일장에 온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는데 천막을 쳐놓은것하며 리어카를 끄는 것하며 잠시 한국인가 하는 착각도 했다.
2월4일 오늘은 카주라호에서 사귄 인도친구의 삼촌네에 초대받아서 그 집에 갈 수 있었다. 삼촌 내외분은 내가 외국인이라고 잘해주시고 삼촌의 아내는 자기의 빈디(인도여자들이 이마 가운데 붙이는 점)를 찍어 주고 사리를 걸쳐보이고는 예쁘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2월5일 이제는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도친구들과 정이 들어 헤어지기가 섭섭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나도 알았다. 관광객인 내가 이곳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을….
2월6일 아침일찍 인도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점점 멀어지고 나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버스는 네 시간 만에 정확히 사트나역에 도착했다. 다음 목적지인 바라나시로 가려면 이곳 사트나역에서 바라나시행 기차를 타야했다. 바라나시까지는 90루삐(3천원 가량). 좀 비싸긴 했지만 하루 숙박비도 벌 겸 오후 8시차를 끊었다.
거의 8시가 다 되어 기차의 연착소식을 알았다. 그래도 설마설마 하며 기차가 들어오는 족족 어디행인가를 알아보러 뛰어다녔지만 하나같이 바라나시행은 아니었다.
이래저래 밤 12시30분. 저편 플랫폼을 보니 기차 하나가 서 있길래 이제껏 했던 것처럼 무심코 근처 역무원에게 물어봤는데 바라나시행이라는 것이었다.
얼른 배낭을 메고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었다. 기차는 다행히도 내가 타자마자 출발했다.
기차는 서서히 어둠을 뚫고 인도최대의 힌두성지 바라나시를 찾아가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