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유린 “대통령 책임져라” 투명한 수사·국정 정상화 촉구 민주주의 회복 위한 기도 당부 가톨릭대 교수·신학생 선언도
국정농단 사건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과 가톨릭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 이하 정평위)는 11월 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와 관련된 정·관·재계의 부정과 부패 의혹에 대해 입장을 천명했다. 정평위는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존중해 책임있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정평위는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다”(이사 32,17 참조)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를 유린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 국가 정치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이른바 ‘비선 실세’를 통한 국정 개입은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유린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평위는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공명정대한 재판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어떠한 불의와도 결탁하지 않는 용기와 엄정한 법 집행이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우선적 과제”라며 “책임 전가나 사실 은폐, 수습 지연은 국정 공백과 민심 공황 상태를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그 어떤 세력들의 부당한 개입을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정평위는 또 “가톨릭 교회는 정의구현 소명의 등불을 밝힐 것”이라며 “교회는 정의에 위배되는 죄악의 구조를 반대하며 공동선에 해악을 주는 권력 구조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그동안 예언자직을 온전히 수행해 왔는지를 겸허히 반성하며, 신자들은 정의와 평화에 투신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힘과 수단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국정 정상화와 국가 안정을 위해 인내하고 기도해줄 것을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정평위는 “현재 직면한 위기가 참다운 정의와 평화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온 국민의 지혜와 노력을 모을 때”라며 “이 땅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대 교수 107명은 10월 3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를 규탄했다. 또 사태에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 운영이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은 민간인에게 좌지우지됐고 사유화된 권력이 비선 실세의 탐욕을 위해 작동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을 원치 않아 침묵으로 감내해왔지만 끝내 비선조직 국정농단을 맞닥뜨리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구성해 철저한 심판과 응징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학생 시국선언은 10월 28일 수원가톨릭대를 시작으로 30일 부산가톨릭대, 31일 인천가톨릭대로 이어졌다. 부산가톨릭대 시국선언에는 신학대학 소속 신학생 85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수많은 의혹들은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라고 역설했다. 또 “많은 국민은 불의한 상황을 바로잡아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세상 속 복음의 빛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가톨릭 교회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인간 존엄성과 양심에 걸맞은 행동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행동을 취해달라”며 “사법부도 명분 쌓기와 허울뿐인 수사를 멈추고 법이 추구하는 양심에 따라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가톨릭대 신학생들도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당하게 언급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며 “불의한 권력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정직한 분노를 감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가톨릭대 신학생들은 “불의와 어두움이 만연한 세태 앞에 그리스도인들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정의와 평화가 꽃피는 그날까지 끝없이 일어나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