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명성 높은 이들의 이면을 꿰뚫어보다 반전과 날카로운 심리 파악에 유머 풍자까지 브라운 신부의 신학 핵심은 ‘이성 신앙 신비’
“자네가 그 다이아몬드들을 되돌려주기를 바라네, 플랑보. 그리고 이런 생활을 그만뒀으면 하네. 자네에게는 아직 젊음과 명예와 재치가 있지 않나. 그것들을 이런 일에 소진할 생각일랑은 말게. 인간은 선한 일에 있어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네만, 나쁜 일에는 그 수준을 유지할 수가 없다네. 점점 더 내리막길을 향해 내달릴 뿐이지. 친절한 사람도 술을 마시면 잔인해지고, 솔직한 사람도 살인을 하면 그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된다네. 내가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네처럼 의리 있는 무법자가 되고 부자들만을 터는 유쾌한 도적이 되겠다고 이런 일을 시작했다가 결국에는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신세가 되었네.”
다행히 플랑보는 훗날 개과천선하여 범죄자 대신에 탐정이 되고 브라운 신부의 가까운 친구이자 충실한 협조자로 함께합니다. 루팡이 왓슨이 된 셈이지요. 「푸른 십자가」에서는 물론 플랑보는 범죄자로서 브라운 신부에게 접근합니다.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에 브라운 신부가 교구의 보물 중의 보물인 ‘푸른 십자가’를 가지고 참석했다가 무사히 가져오는 임무를 맡은 데서 시작됩니다. 플랑보는 아주 근사하게 수도자로 변장하여 브라운 신부에게 접근, 두 사람은 동행이 되어 길을 갑니다. 발렝탱 경감은 플랑보가 푸른 십자가를 노린다는 정보를 듣고 브라운 신부를 몰래 관찰하는데, 브라운 신부 옆의 수도사다운 품위를 갖춘 사람이 플랑보라는 것을 서서히 감지하게 됩니다. 다만, 이 두 명의 인물이 지나간 자취마다 희한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수수께끼였지요. 그것은 사실 브라운 신부의 일종의 신호라는 것이 나중에 드러납니다.(그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브라운 신부의 신학을 논하는 흥미로운 언급들은 브라운 신부가 이 수도사로 분장한 플랑보와 나누는 대화에 나옵니다. 브라운 신부와 대화를 나누면서 플랑보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 맞습니다. 하느님을 섬기지 않는 요즘 사람들은 이성을 따른다고 말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수많은 세상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성이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천상의 세계가 존재하리라 생각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브라운 신부는 반박합니다. “아닐세, 이성은 심지어 최후의 지옥의 변방에서나, 만물의 소실점에서도 항상 ‘이성적’이라네. 사람들은 교회가 이성을 타락시킨다고 하지만, 실은 반대야. 세상에서 진정으로 최고의 이성을 이루어내는 곳은 교회뿐이고, 하느님께서 이성에 의해 구속되심을 인정하는 곳도 교회뿐이라네.” 그리고 마침내 플랑보의 정체를 밝혀낸 후에, 자신의 정체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네, 이성을 공격하지 않나. 신학을 하는 사람에게 그리 좋은 태도가 아니지.”최대환 신부 (의정부교구 정발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