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 11월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기도운동’(이하 북녘 본당 기도운동)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분단 이후 가톨릭교회가 전개해온 민족화해운동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녘 본당 기도운동은 11월 29일 대림시기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기자간담회에는 북녘 본당 기도운동 총괄 주교인 유경촌 주교,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추진위원회’ 권길중(바오로) 위원장 등 임원진이 함께했다.
2015년이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북녘 본당 기도운동을 시작하게 된 핵심 배경은 올해가 광복과 분단 70주년이라는 점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기자간담회에서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에 한국 천주교회는 갈등과 대립의 극복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북녘 본당 기도운동의 또 다른 배경으로 “한국사회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남북 평화와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광복 당시 북한 지역에 57개의 본당과 약 5만2000명의 신자가 있었지만 북한 사회주의 정권의 박해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지금은 소수 신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7개 본당은 서울대교구, 춘천교구, 덕원자치수도원구, 평양교구, 함흥교구 소속이다. 서울대교구는 북녘 본당 기도운동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함흥교구장 서리)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에게 북녘 본당 기도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서울대교구는 서울대교구가 구심점이 돼 북녘 본당 기도운동을 정착시킨 뒤 전국적인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북한 지역 57개 본당을 신자들에게 소개하는 인쇄물과 영상을 제작해 우선적으로 서울대교구 평신도 단체들이 기도운동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정세덕 신부(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는 이와 관련 “기도운동에 많은 신자들을 참여시키는 양적인 측면보다 북녘 본당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며 “북녘 본당을 위해 기도하고자 하는 신자라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참여 신청서’ 양식을 마련하고 11월 24일 발대식 자리에서부터 신청서를 받기로 했다. 북녘 본당 기도운동 참여는 곧 개통 예정인 인터넷 홈페이지(www.mynkchurch.co.kr)와 전화(02-753-0815)로도 할 수 있다.
참여신청을 한 신자는 매일 오전, 오후 2회씩 기도 요청 문자를 받고 마음으로 정한 북녘 본당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이 외에 1년에 최소 2회씩 북녘 본당을 기억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참례를 권고 받는다. 같은 북녘 본당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 사이의 공동체 활동도 기대할 수 있다.
북녘 본당 기도운동은 시류와 정세에 영향 받지 않고 남북한 교회의 영적 연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사회 전반에 새로운 민족화해 기운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