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기획/특집

“노역 대신 희망을” 장발장은행 큰 호응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5-03-10 04:32:00 수정일 2015-03-10 04:32:00 발행일 2015-03-15 제 293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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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보도 후 시민들 자발적 참여 늘고 성금 답지
열흘만에 오천만원 모아져
정치권도 동참 의사
‘장발장은행’(본지 3월 8일자 1면 보도)이 쾌조의 순항을 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가난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노역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소외된 이들에게 무이자로 벌금을 대출해주는 곳이다. 지난 2월 25일 설립된 이후 은행에는 뜻 있는 이들의 성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회사원 유모씨는 성금 400만 원과 함께 장발장은행의 인터넷 도메인(www.jeanvaljeanbank.com)을 확보해 기부했다. 또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고공 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실장이 소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이 은촛대 하나를 훔쳐 18년 감옥살이를 한 것에 빗대 “은촛대를 하나 보태겠다”며 130만 원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에 힘입어 장발장은행에는 3월 9일 현재 5000만 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은 지난 3월 3일 4명에게 650만 원을 대출한데 이어, 6일에는 추가로 13명에게 2317만 원을 전달했다.

대출심사위원인 인권연대 오창익(루카) 사무국장은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오고 있어 한국사회가 여전히 따뜻한 모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장발장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 서기호(베네딕토·46·서울 동작동본당) 의원은 후원 의사를 밝힌데 이어 동료 의원들에게도 장발장은행 후원에 동참하자는 친서를 돌렸다.

서 의원은 “판사로 재직하던 당시 형벌이라는 것이 공평해야 하는데 누구에게는 선처가 되고, 누구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되는 경우를 봤다”며 장발장은행 후원에 동참해줄 것으로 당부했다. 서 의원의 제안에 이명수(새누리당)·설훈(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도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4만 명이 넘는 이들이 벌금을 못 내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알려져 ‘장발장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의 02-749-9004, 후원 388-910009-23604 하나은행(예금주 장발장은행)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