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피 끓는 청춘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하지만 세상은 이러한 인생의 진리에는 무관심하다. 개봉 10여 일만에 400만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노인들의 마음 속 안에도 여전히 청춘의 뜨거운 열정이 남아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 분)이 꽃처녀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고 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는 스무 살 ‘오두리’(심은경 분)가 되어 가수의 꿈을 이루고 설레는 사랑도 시작한다. 겉모습만 스무 살인 칠순 할매는 그야말로 ‘빛나는 전성기’를 만끽한다.
웃음과 감동을 함께 보여주는 영화는 스무 살의 ‘오두리’는 모든 노인들의 마음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만 세월의 흐름에, 가족들을 사랑하는 모성애에 청춘의 마음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노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그야말로 냉랭하다. 오말순의 아들이자 노인전문가인 반현철(성동일 분) 교수가 수업 중 학생들을 통해 듣는 ‘노인’들의 현실은 애처롭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청춘을 바쳤지만 노인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회의 냉대뿐인 것이다.
청춘으로 돌아간 오말순 할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말한다. 노인도 역시 한 때 피 끊는 청춘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