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TV 브라운관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탤런트 김희애(마리아·34·방배4동본당)씨는 요즘은 자주 만날 수 없다. 그가 「아줌마」 선언을 한 후부터는 드라마에 통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똑부러지게 연기 잘하고 열정 많았던 그가 연기 안하고 무얼하는지 궁금해 주일 성당에서 그녀를 만났다.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어요. 아직은 엄마 손이 필요한 때라 연기는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김씨는 드림위즈 대표이사인 이찬진씨와 96년 결혼, 기현(라파엘·3), 기훈(가브리엘·2)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부터 풀어갔다. 연기가 인생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결혼해보니 전혀 다른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스타」의 삶이 아닌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한다. 오랫동안 드라마 인생을 살아와 내심 걱정했는데 여느 주부처럼 아침에 남편 출근준비하고 연년생 아들녀석들 돌보는 생활이 이젠 익숙하다고.
『예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했나 싶어요. 이젠 힘이 다 빠져 버려서 다시 그만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현재 김씨는 LG생활용품, 매일유업, 한불화장품 전속모델로 광고활동만 하고 있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적절히 이미지에 맞는 광고는 꾸준히 하고 드라마 복귀는 당분간 미루고 있다.
주일만큼은 한주일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있다는 김씨는 95년 함참 활동중일 때 탤런트 홍리나씨와 같이 영세를 했다. 오래도록 깊은 신앙으로 살아가는 어머니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세례를 받았단다. 단 한번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교리를 받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제일 기뻐했고 성모님처럼 살아가라는 뜻에서 마리아라는 세례명까지 정해주셨다. 미사 말고는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어 부끄럽다는 김씨지만 두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영세를 시켰다. 비록 자신은 잘 살고 있지 못하지만 아들만큼은 일찍부터 신앙을 갖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직 남편 이씨는 영세를 못했지만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남편이 받아들일 때까지 묵묵히 신앙의 삶을 살며 기다리기로 했다.
아들의 대부를 보자 잠깐 실례를 청하며 쫓아가 안부인사를 나누는 평범한 아줌마 김씨의 모습은 연기자 김희애 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당분간 아이들 잘 키우고 가정에 충실하고 싶어요. 언젠가 가회가 닿는다면 다시 연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