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다시 부는 과소비 바람

입력일 2010-09-11 12:00:00 수정일 2010-09-11 12:00:00 발행일 1999-08-01 제 216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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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갈수록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지금 김포공항은 해외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가지 올 상반기 주요 사치성 소비재 20개 품목의 수입동향을 분석한 결과 작년 상반기보다 36.3% 늘었다고 한다.

올들어 사치성 소비재 수입은 매월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품목 별로는 캠코더, 골프용품, 휴대전화, 승용차 등의 수입 증가율이 특히 높다. 대부분 외국제품의 상표 이미지가 막강한 품목들로 200% 이상 수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중 캠코더의 경우 작년 상반기보다 1,387%나 늘었으며, 세탁기, 바다가재 수입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사치성 소비재 수입추세는 조만간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나라 형편은 IMF 체제를 불렀던 기아사태와 버금가는 대우사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재벌기업이 지고 있는 거대 손실을 골고루 나눠져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가진 자만이 부를 향유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다 돈 가진 사람들은 특1급 호텔 결혼식까지 벌이고 있어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호텔 결혼식은 일반 결혼식 비용보다 지나치게 비싸 과소비 풍조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 규제완화 차원에서 가정 의례 관련 법률에 특1급 호텔 예식업 금지조항을 삭제할 당시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여름휴가철 배낭여행을 비롯한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호화 해외여행까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과소비추방범국민운동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해외여행 지출액이 11억900만달러로 전년도의 6억8000만달러에 비해 63% 늘어났으며 고비용의 골프관광과 동남아지역 보신관광 등도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소비 풍조의 급증은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과소비가 최근 상류층에서 중류층으로 확산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외환위기가 직접적으로 94~95년 호황기의 거품이 밉어낸 현상이라는 점에서 다시 고개 들고 있는 과소비를 경계하는데 모두 앞장서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