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부활시] 막달라 마리아의 믿음으로 부활의 새아침을 찾아가게 하소서

이규철ㆍ신부ㆍ시인ㆍ수원 포일 주임
입력일 2019-09-06 16:42:13 수정일 2019-09-06 16:42:13 발행일 1987-04-19 제 155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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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깨어 있을 수 있음을

감사드리는 시간입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돋우어진

고뇌의 심지 위에

뜨거운 생명의 불을 당기는 시간입니다.

『나 너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당신 스스로 죽음으로 남겨진

마지막 말씀들이

우리들 가슴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되고,

우리들 생활속에서

나날이 새롭게 심연의 바다를 채워

때묻은 영혼을 온전히 씻게하여 주십시오.

한 날, 한 시인들

당신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 드릴려고 한 일이 있었겠읍니까?

내 아픔인양

그 상처에 입맞춘적이 있었겠읍니까?

죽음의 채찍으로

한 겹, 또 한 겹

찢어지고 갈라진 살과 피를,

십자가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신음 소리마저

귀 막고 눈 감았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 치졸함을 꾸짖어 주십시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아지고 천해지기를 원하신 주님!

당신 안에서

당신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 뒤에 남는 것임을

깨달아 알게하여 주십시오.

당신을 생각하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한 없는

당신의 은총에 가슴 잠기고

당신이 준비해 놓으신

빛나는 날개로

비상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돌무덤 당신께로 날아가렵니다.

엠마오로 도망치다

골방, 다락방에서 문 잠그고 숨어 있다.

부활하여 찾아오신 주님을 만나뵈은

신도들의 어리석은 믿음과,

믿음 이전에 확인을 앞세우던

토마 사도의 그런 믿음이 아니라,

새벽 동트기를 기다려

숨 돌아쉬며 맨발로 달려가던

막달라 마리아의 온전한 믿음과

그 뜨거운 사랑으로

부활의 새 아침을 찾아가게 해 주십시오.

당신이 묻힌 돌무덤에

꺼지지 않는 등불 밝혀

달려가게 해 주십시오.

이규철ㆍ신부ㆍ시인ㆍ수원 포일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