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 무허가 판자촌「아가방」

입력일 2019-07-15 17:14:35 수정일 2019-07-15 17:14:35 발행일 1988-02-14 제 159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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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판자집에 어린이 10명 돌봐
『이모! 오늘 점심 반찬은 뭐야?』 『오늘 점심반찬은 영규와 지영이가 좋아하는 콩나물 잡채와 쥐포무침, 김이란다』

『오늘 점심 식사 당번은 누구지』 『저요! 저요!…』

서울 도봉구 도봉 2동 동사무소 뒷골목, 5~6평짜리 판자집촌 한복판에 위치한 도봉동 「아가방」의 점심시간 풍경이다.

지난해 9월 가톨릭교리 신학원과 몇몇 은인들의 도움으로 마련된 이 곳 아가방은 점차 날품팔이, 시장잡상인 등 가난한 맞벌이 부부 아이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집이 없어 3평짜리 방 한칸을 삭월세로 얻어 아가방을 시작했지요. 비록 작고 보잘것 없는 공간이지만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는 엄마 등에 업혀 시달렸던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휴식처지요』

아직 간판도 없는 이곳 아가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덕희(마리아)씨와 송순녀(베로니까)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여명의 어린애들을 돌보다보면 저녁무렵때쯤 힘이 빠지고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이들을 맡긴 엄마들의 고된 노동을 생각하면 금새 힘을 되찾는다』고 웃음짓는다.

도봉 2동 이곳 무허가 판자촌에는 현재 5~6평짜리 판자집 2천여세대가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고, 주민들은 약 2만여명에 이른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애들이 하루 종일 부모들과 헤어져 더러운 오물더미나 하수구에서 노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돌봐야되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다』는 김덕희씨는 『앞으로 여유가 생기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가 나타나면 좀더 많은 아이들을 받아 그들에게 책도 읽을 수 있는 공부방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야근을 하는 주부들의 아이들은 돌봐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송순녀씨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애환을 함께하며 복음적 삶을 실천하고 싶다』며 『점심 값과 간식비로 하루 5백원씩 받고있는데 이돈이 없어 그냥 아이를 업고 일터로나가는 주부들의 굽은 허리를 볼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이제 교회도 도시빈민문제 중에서도 아동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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