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삼풍백화점붕괴 현장에서] 고(故) 서석준 부총리 딸 고(故) 서이영(요안나)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8-30 14:20:52 수정일 2012-08-30 14:20:52 발행일 1995-07-16 제 196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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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서 못다한 삶 누리길…”

『생명의 주관자이신 그분의 품으로 떠난 요안나. 그는 지금 먼저 가 계신 아버지 고 서석준 부총리를 만나 정담을 나누고 있을 겁니다』

7월 9일 오전 10시 삼성의료원 영안실에서는 삼풍사고로 실종된뒤 10일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굴된 서이영(요안나ㆍ27ㆍ서울 반포본당)씨의 이세상과 작별하는 장례미사가 봉헌되고 있었다.

평화방송 사장인 박신언 신부가 한마디 한마디 강론을 해 나갈때마다 북받쳐 오르는 오열을 토해내던 서이영씨의 어머니 유수경(모니까ㆍ54ㆍ국민대교수)씨는 『너마저 이렇게 보낼수 없다』며 딸의 죽음을 끝내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아빠를 어떻게 뵈라고…』

실종된지 만10일이 지나도록 유수경씨가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것은 남편인 고 서석준 부총리를 지난 83년 10월 아웅산 사건으로 졸지에 떠나보내고 딸마저 이런 참사로 먼저 보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수경 교수가 딸의 실종을 처음 안 것은 지난달 29일, 학술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떠났던 그가 텔레비전을 통해 사고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청천벽력 같은 실종소식에 곧바로 귀국했다.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속에서 10일간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8일 낮 12시 10분쯤 붕괴된 백화점 3층 콘크리트 더미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유교수는 『안돼 안돼』라며 외치다 실신해 이날 오후 늦게 서이영씨가 안치된 병원으로 가 볼수 있었다.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김천 전문대에서 시간강사를 맡고 있었던 서이영씨, 그는 올 가을엔 결혼도 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다시 밟을 준비를 해 왔다고 한다.

사고당시 서이영씨는 서울교대 부근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했다가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살려고 혼자 백화점에 들렀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날 장례미사에서 박신언 신부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서요안나에게 어쩌면 그 소원이 이루어 졌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하면서 『슬픔도 없고 고통도 없고, 부실도 없고 부정과 부패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이세상에서 못다한 영원한 생명을 누려달라』고 기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