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14명 신자희생자의 신앙생활을 정리해본다

입력일 2011-05-27 15:09:36 수정일 2011-05-27 15:09:36 발행일 1983-09-11 제 1371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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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과 복음화에 주력했던 그들”-
교수일가족 4명 참변-처와 두아들 잃은 무관도
영세앞둔 스튜어디스ㆍ기관사ㆍ재미교포 모자 포함
비탄과 전율、분노와 경악을 던져준 지난 9월 1일 새벽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사건으로 희생된 한국인 중에는 신자들이 14명이나 포함돼 있음이 밝혀졌다. 이번 KAL기 피격으로 희생된 14명 신자들의 신앙생활 면면을 정리、애도의 마음을 함께해 본다.

■오정주(엘리사벳ㆍ52세ㆍ혜화동본당)

피아니스트인 오정주 씨는 오랫동안 서울대에서 재직、후배를 양성해온 중견. 민주당시절 국회의원이며 무임소장관을 역임한 吳緯泳 씨의 2남 4녀 중 둘째딸로 부군 김동훈 교수(바오로ㆍ54ㆍ고대식품공학과)와 규현(베드로ㆍ20세ㆍ美하버드대학) 상현(안드레아ㆍ16세)군을 유족으로 남겼다.

미국 브라운대학 초청으로 음악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서울대에서 미국 하버드대학으로 편입한 장남의 입학준비를 겸했던 미국 방문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되고 말았다. 지난 81년 사회복지 기금마련 자선음악회를 주도하는 등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오정주 씨는 전 미스코리아 오현주 씨의 언니이자 서울대교구 교육국장 강우일 신부의 이모이기도 하다.

■한웅전(요셉ㆍ37세ㆍ장위동본당)

부인 유옥명 씨(마리아ㆍ33세)와 만철(바오로ㆍ6세), 정민(바울라ㆍ3세) 남매와 함께 참변을 당해 주위를 울린 한웅전 씨는 부산수산대 조교수로 1년 동안 미국코넬대학에서 교환교수 근무를 마친 귀국길이었다. 서울대 국문과 한계전 교수(57세ㆍ안드레아)의 막내동생인 한 교수의 일가족은 사고 당시 입교상태는 아니었으나 노부모와 가족들의 요청으로「화세」를 받고 신자가 된 케이스. 장위동 염수정 신부는 그분들이 비록 가톨릭신자는 아니더라도 개신교신자로서 이미 신앙을 갖고 있었으므로「화세」를 주었다고. 한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는 이들의 영결미사는 일가친척을 구분할 수도 없이 울음바다를 이뤄 처음부터 끝까지 오열 속에서 진행됐다.

■정금주(아녜스ㆍ27세ㆍ혜화동본당)

베테랑 스튜어디스였던 정양은 영세를 바로 눈앞에 두고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있다. 정양의 교리를 맡아 지도했던 혜화동 이기명 신부는 이미 예비자교리를 모두 마친 상태였으므로 세례를 줄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정양은 너무 착실한 예비자였다고 회고. 77년「칼」에 입사、모범적 스튜어디스로 근무해온 정양의 유족으로는 아버지 정봉익 씨, 어머니 황국자 씨 및 오빠ㆍ남녀동생이 각각 1명씩 있다.

■박윤성(벨라지아ㆍ26세ㆍ광명리본당) 사고기의 여 승무원 박윤성 양은 10월 3일 본당에서 거행되는 견진성사 때 꼭 견진성사를 받겠다며 지난 8월 25일 집을 나서면서 어머니 이정순(마틸다ㆍ58세) 씨에게 신청을 부탁한 것이 마지막이 되어 가족들을 더욱 애통하게 했다.

차분한 성격의 박 양은 평소 근무시간에 쫓겨 규칙적인 신앙생활은 못하지만 기도생활을 열심히 해왔다. 2남2녀 중 셋째인 박 양은 유아세례를 받았다.

■박홍순(로사리아ㆍ46세ㆍ압구정동본당) 디자이너로 미국 의류업계를 둘러보고「마이애미」에 사는 시누이 홍명숙 씨를 만나고 귀국하던 중 참변을 당한 박홍순 씨는 지난 5월 21일 압구정동성당에서 영세한 새 신자. 신자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영세한 박 씨는 남편 홍현모(49세ㆍ상업) 씨와 외아들 홍기필(18세ㆍ영동고 3년) 군을 빠른 시일 내에 입교시키겠다고 말해왔다. 한편 압구정동본당 신자들은 영세직후 성모회에 가입한 박씨가『이번에 돌아오면 보다 적극적으로 본당활동에 참여하겠다』고 했다며 애통해했다.

■김의동(안드레아ㆍ32세ㆍ장위동본당) 이번 피격기의 기관사인 김의동 씨는 항공대학 기관과를 졸업하고 79년 KAL에 입사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김방한 교수의 둘째아들로 할머니가 광주대교구 목포 북교동성당 대지를 기증했을 정도로 열심한 신자가정에서 태어나 신앙생활을 해왔으며 어머니 고 루치아씨 씨는 장위동본당 레지오마리애 단장으로 활약 중이다.

김씨는 유가족으로 부인 박찬희(헬레나) 씨와 딸 김소정(엘리사벳ㆍ4세) 양을 남기고 있다.

■김순택(40세ㆍ압구정동본당) 서울대 교수이며 대학입학 학력고사 평가기관인 중앙교육연수원 평가관리부장직을 맡아온 김순택 교수는 비록 세례를 받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부터 신자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김 교수의 가족인 아버지 김일진(아벨ㆍ76세) 씨와 어머니 이분남(마리아ㆍ76세) 씨를 비롯、부인 홍순점(까리따스ㆍ35세) 씨와 슬하의 2형제 가운데 둘째아들 김정훈(안또니오ㆍ9세) 군이 신자로 열심한 신자가정을 이루고 있다. 아버지 김일진 씨는 압구정동본당 신심단체인 예수성심회 회원으로 본당활동에 열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압구정동본당은 가족과 동료들의 청을 수락、지난 5일 오전 11시 김 교수의 영결미사를 봉헌했다.

▲송영민(안나ㆍ63세) 이은형(요셉ㆍ37세)

「뉴욕」용크스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교포 송영민 씨는 서울 동대문구 망우동 520~10에 살고 있는 시아버지 이건두(안드레아ㆍ82) 씨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아들 이은형 씨와 함께 급히 귀국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송영민 씨는 사고기의 탑승객 명단에「송안나」로 표기되어 신자일 것으로 추측됐으나 국내 거주지 주소가 없어 뒤늦게 확인되었다.

한편 졸지에 며느리와 손자를 잃은 이건두 씨의 가족들은 지난 9월 3일 오후 7시 면목동성당에서 김철호 보좌신부 집전으로 위령미사를 봉헌하며 슬픔을 달랬다.

■정화순(까타리나ㆍ30세) 이준혁(펠릭스ㆍ7) 이준원(안또니오ㆍ5) 일가

이번 사고로 참변을 당한 정화순 씨는 멕시코 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해온 부군 이영민(36ㆍ야고보) 씨를 따라 멕시코에서 살다가 귀국길에 두 아들 이준혁(펠릭스), 이준원(안또니오) 군을 데리고 미국「뉴욕」에서 슈퍼마켓을 경영하는 삼촌을 만나고 탑승、두 아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한편 남편 이 씨는 직장 발령관계로 10일 먼저 귀국、변을 모면했으나 아내와 두 아들 등 가족을 모두 잃고 말았다.

75년 결혼、남편인 이 씨가 양구에 근무 중일 때 전 가족이 영세 입교한 정씨 일가는 멕시코로 떠나기 전에 거주한 서울 잠실본당에 속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