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순절에 듣는 수난곡

김유진 기자
입력일 2011-01-27 00:00:00 수정일 2011-01-27 00:00:00 발행일 2000-03-26 제 219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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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심연으로 이끄는 기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정을 음악으로 형상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담은 CD 표지.
사순절이 되면 대형 음반매장에서는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 라소의 마태수난곡 등 여러 종류의 수난곡 음반을 진열해 놓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정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수난곡을 통해 그 고통의 심연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는 사순절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수난곡의 정의, 역사와 발전과정, 종류, 수난곡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소개한다.

◇ 수난곡이란

수난곡(受難曲, Passion)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소재로 한 교회음악으로 복음의 「수난기」를 음악화 한 것. 현재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과 성금요일 전례에서 사용되고 있다.

◇ 역사와 발전과정

교회에서는 전례를 장험하게 집전할 때 복음 봉독을 성대히 음률을 붙여 낭송했다. 특히 일년 전례주기의 핵심인 성주간에는 주님의 수난기를 특별히 성대하게 봉독해왔다.

기록에 따르면 9세기부터 수난기를 낭송할 때는 복음사가, 예수, 기타인물 등 배역에 따라 다른 음높이의 낭송률을 배정했다. 그 후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며 전래됐지만 기본적으로 복음사가역은 중간 음역, 예수역은 낮은 음역, 기타 배역은 높은 음역에서 낭송되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 음악형식

수난곡의 기본 형태는 음악 형식의 발달과 함께 변천했다. 16세기에는 다성부로 작곡되는 수난고이 두 가지로 나누어져 직접화법 부분만을 작곡하는 「극적수난곡」과 전체를 다성부로 작곡하는 「모테트적 수난곡」으로 분류됐다.

이외에도 복음사가 부분은 빨리 노래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성부로 노래하는 화답식 수난곡, 처음부터 전체를 다성부 음악으로 작곡하는 통작(通作) 수난곡 등이 있다.

18세기에는 수난 오라토리오와 수난 칸타타가 등장했으며 수난 오라토리오의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바흐의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이다.

◇ 바흐의 ‘마태 수난곡’

최고의 종교음악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마태 수난곡」은 바흐가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루터교)에서 일하던 44세 때의 작품이다. 바흐는 교회 합창단의 지휘자가된 6년째 되는 해에 이 작품을 완성했고, 1729년 4월 15일 성 토마스교회의 성금요일 기념예배 때 초연했다. 그 후 「마태 수난곡」은 바흐의 죽음과 함께 까마득히 잊혀지고 있다가 멘델스존이 베를린 합창협회에서 이 곡을 다시 공연함으로써 부활됐다.

「마태 수난곡」중에서는 특히 바이올린 반주가 따라붙는 알토 아리아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가 가장 유명한 곡인데, 이것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에 삽입되기도 했다. 「마태 수난곡」에서는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또는 플루트 반주가 붙은 애절한 아리아들 외에 비장한 합창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곡은 듣는 이를 종교적 관조의 경건한 세계로 끌어들이는 바흐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