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6.독일(하) 보이언 신학대학 탐방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6-06-11 수정일 200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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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회사목 교육으로 젊은이에게 다가서

살레시오회 영성 따라 신학·사회사업대학 운영

청소년사목학과 등 평신도 사목자 양성에 한몫

지난 3월 열린 독일 주교회의 연수 주제는 ‘청년사목’이었다. 세계청년대회 개최를 통해 얻은 신앙의 활력을 살려나가기 위한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독일교회의 청년사목은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을 붙잡는 강제적인 노력보다 젊은이들이 진실한 삶으로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친밀해 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교육이 있다. 교회의 가르침인 평화와 정의, 연대성, 그리고 창조질서 보전에 헌신하는 교회의 ‘주연배우’로 만드는 것이다.

젊은 일꾼 양성 나서

독일 뮌헨에서 남쪽으로 40여km 떨어진 한적한 농촌 마을. 눈 덮인 알프스를 배경으로 자리한 베네딕트 보이언(Benedikt beuern) 수도원은 한 눈에 보기에도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39년 성 베네딕도회가 수도원을 세운 뒤 주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마을 이름도 베네딕트 보이언이다. 1803년 베네딕도회가 수도원에서 철수 한 뒤 주민 대피소, 교도소, 군 병원으로 쓰이던 수도원은 1930년 새 주인을 맞이했다.

살레시오회는 이곳에 대학교를 설립하고 수도회 창설자 돈 보스코의 영성을 따르는 젊은 일꾼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살레시오회는 대학과 더불어 젊은이 사목을 위한 두 개의 기관, 즉 ‘청소년센터’와 ‘자연과 문화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동유럽 학생 등 유학

베네딕트 보이언 대학은 신학대학과 사회사업(복지)대학 등 두 개의 단과대학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신학대학 내에 있는 ‘청소년 사목학과’다. 1978년 개설된 청소년 사목학과는 독일 내에서는 유일하다. 대부분의 신학대학에 청소년 사목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학과가 개설된 경우는 드물다.

‘연구, 강의, 봉사 지도’라는 목표로 운영되는 학과에서는 현재 20여명의 학생들이 ‘젊은이 사목의 개요’, ‘교리교수법’, ‘신앙교육’, ‘전례’, ‘젊은이 교회는 무엇인가’ 등의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학과에는 독일 뿐 아니라 동유럽 국가,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이 많다.

믿음의 자유가 제한된 냉전 시대를 겪은 동유럽은 현재 종교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 때문에 냉전이 끝난 후 많은 동유럽의 젊은이들이 신학과 종교교육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을 찾고 있으며, 청소년사목 학과는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학과 과정을 이수한 동유럽 학생들은 모국으로 돌아가 현지 교회의 젊은이 사목을 이끄는 지도자로 활동한다. 현재 청소년사목학과에는 10여명의 학생들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청소년사목학과는 독일과 유럽교회 젊은이 사목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 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고아들을 위한 종교교육’, ‘이주민 자녀들에게 가톨릭교회 알리기’, ‘동유럽 젊은이들의 입교 현황’ 등 유럽교회가 당면한 사목과제들을 파악하고 사목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사목학과를 비롯해 신학대학이 개설한 다양한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교회로 파견돼 각 본당에서 평신도 공동체 보조원이나 사목 보조원으로 활동한다. 아울러 공립학교의 종교교사로도 일한다.

사제수의 급격한 감소로 평신도 신학자의 수요가 높아지는 독일교회의 상황을 감안하면 청소년사목학과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사회사목 배움터

신학대학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사회사업(복지)대학은 인재들이 어떻게 행동으로 증언해야 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장이다.

사회사업(복지)대학은 신학에 뿌리를 둔 학생들에게 자선활동 등 이웃사랑의 방법을 가르친다. 사회사업(복지)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학생들은 카리타스 등 사회복지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한다.

특히 베네딕트 보이언은 신학대학과 사회사업(복지)대학간 학점 교류를 통해 종교교사나 본당 공동체 활동가로 일할 젊은이들이 교회의 사회사목 활동에 대해 충분히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소년사목학과 마틴 레크너 교수는 “신학대학과 사회사업(복지)대학의 연계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선을 베풀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있는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소년 센터’도 활발

수도원내에 있는 ‘청소년센터’와 ‘자연과 문화센터’는 대학과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맺는다. 청소년센터에는 매년 1만여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찾는다.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살레시오회 청소년 교육 전문가들의 지도로 자기성찰, 종교교육, 레크레이션, 봉사활동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센터에서는 외국 자원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이곳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수도자와 평신도들은 대부분 청소년사목학과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다.

‘자연과 문화센터’는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자 마련됐다. 센터는 과거 수도원 농장의 인부들이 머물던 숙소와 정원을 사용해 자연을 체험하기에는 안성맞춤. 센터에서는 청소년센터를 방문한 젊은이들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환경사목 관련 세미나도 열리고 있다. 자연과 문화센터 운영은 사회사업(복지)대학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사목, 특히 환경사목을 현장에서 실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교회의 청년 이탈 우선 과제는 교육”

■청소년 사목학과 레크너 교수

“예수님께서 조건 없이 인간을 사랑하시고 자유롭게 하시고 용서하시고 구원하셨던 것처럼 교회도 사람들, 특별히 젊은이들과 함께 가야 합니다.”

청소년사목학과 마틴 레크너(Martin Lechner) 교수는 베네딕트 보이언의 대학과 청소년센터, 자연과 문화센터의 모든 활동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고 함께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틴 교수는 살레시오회 수도자들과 함께 청소년사목학과를 설립한 독일 내 젊은이 사목 전문가다.

“신학대학이 사제양성만을 목표로 운영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학과를 개설하게 된 계기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재양성, 즉 교육입니다.”

젊은이 사목은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의 성소와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에 맞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한 마틴 교수는 청소년사목학과는 바로 이러한 젊은이들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이 배운 것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나누는 장소가 수도원 울타리 안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베네딕트 보이언의 가장 큰 특징. 이와 관련 마틴 교수는 “두 센터는 학과에서 배우고 연구하는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라고 밝히고 “세 곳의 유기적인 연결은 학과의 연구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젊은이 사목을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데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 교수는 “젊은이들은 교회 공동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이용하는지, 아니면 사심 없이 예수님 안에서 계시된 진리들을 삶과 말씀으로 증언하는지 잘 구별한다”며 “젊은이 사목의 일꾼은 복음을 삶에서 표현하는 사람들이므로 교회는 이러한 일꾼을 길러 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3박4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퇴소식을 준비하는 독일 청소년들.

▶베네딕트 보이언 수도원내에 있는 청소년센터에는 매년 1만여명의 젊은이들이 찾는다.

▶레크너 교수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