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의 학기 중 생활은 마치 쳇바퀴를 돌듯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기에, 때로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건전한 ‘쉼’이 반드시 필요하다. 쉼 없이 내달리다 보면, 영적 에너지가 고갈돼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이곳 신학교에서 봉사하는 양성가들은 따로 시간을 내 쉼과 피정을 한다. 일반적으로 ‘일과 쉼’은 구분되지만,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찌 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쉼’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활력을 얻기 위함이다.
예전에 꽃동네에서 피정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때 성당에서의 침묵기도도 좋았지만, 특정 성경구절을 잠잘 때만 제외하고 하루 온종일 마음의 화두로 품고 지낸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말씀(언어)은 생명을 주는 에너지와도 같기에 좋은 말씀을 많이 간직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그 좋은 에너지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때문에 나 스스로도 영적으로 고갈돼 있을 때면 영적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성경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되새김질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신학교는 사제를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영성교육을 중요시하는데, 그 교육의 정점에 영성심화의 해(대학원 1학년) 과정이 있다. 영성심화의 해는 한 분의 생활지도 신부님과 두 분의 전문 영성 지도신부님이 담당하고 있는데, 신학생들은 매일 1시간의 의무적인 묵상기도와 면담, 그리고 그 날 복음말씀을 하루 종일 머리에 간직하고 마음으로 되새기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러한 작업의 최종목적은 말씀 안에서 충만한 사제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영성심화의 해 과정에 있는 신학생들이 기도서를 손에 들고서, 성경말씀을 묵상하며 교정을 거니는 모습을 보면 경건한 마음과 더불어 미래 교회의 청사진을 보는 것 같다. 사제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생명의 원천인 성경말씀에 충만해야만 하는데, 이는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