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373 예수 부활하셨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2-03-12 17:27:18 수정일 2012-03-12 17:27:18 발행일 1996-05-05 제 200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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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대로…”
여자들과 경비병은 겁에 질려 도망
루가 24, 3~8 마르 16, 5~8 마태 28, 5~7

시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여자들은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문득 남자 두 사람이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천사들이었다. 눈부신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들은 겁에 질려 땅만 내려다 보고 있는데 천사들이 말을 했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찾고 있소.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이 전에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무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 십자가에 처형되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대목 135 참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부인들에게 천사가 나타난 상황 기록이 각 복음서 마다 조금씩 다르다. 마르코는 한 젊은이가 새하얀 옷을 입고 무덤 안 오른 편에 앉아 있었다고 했고 마태오는 지진이 나면서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무덤돌을 치우고 그 위에 앉아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니 마태오의 천사는 무덤밖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옷은 눈과 같이 희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경비병들은 죽은 사람같이 되었고 천사는 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마르코와 마태오의 천사가 한 분인데 비해 루가처럼 요한의 천사는 두 분이 나타났다.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무덤에 간 여자는 막달라의 마리아 한 사람만 거명되어 있다. 그 여자는 이른 새벽 무덤에 가서 무덤돌이 치워져 있는 것에 놀라서 곧바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달려가 그 소식을 전한 다음 다시 무덤으로 왔을 때 무덤 안에 두 천사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 분은 시체자리 머리맡에 또 한 분은 발치에 앉아있었고 둘 다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이렇게 빈 무덤을 찾아간 이야기가 각 복음서 마다 다른 것은 그러한 사실을 체험한 때부터 빠르게는 30년 늦게는 60년 후에 이 사실을 썼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복음서를 쓸 때 각자가 자기 관점에서 그 구전(口傳)자료를 근거로 하여 썼기 때문인 것으로 우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기사들은 예수의 부활사실을 입증하는데 서로 보완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요한이 무덤을 찾아 간 여자를 막달라의 마리아 한 사람으로 한 것은 무덤을 찾은 부녀자들을 대표하여 한 여자를 내세웠고 그것은 여자(들)의 입에서 예수의 부활사실이 전해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이 여자들의 말을 부질없는 헛소리로 치고 믿지 않았다(루가24, 12)는데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 소식은 나중에 진실로 드러나 세기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믿게 된 것이다. 하느님의 의중은 천사를 통하여 여자에게, 여자를 통하여 제자들에게, 제자들을 통하여 온 세상에 전해지는 도식을 나타내는 것이 복음사가들의 의도이다. 여기서 천사가 둘이냐 하나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사가 여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중요하다. 이 말도 각 복음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 예수는 부활했다. 이 사실을 빨리 제자들에게 전하라는 내용이다. 루가의 천사가 한 말은 앞서 소개했지만 마르코와 마태오의 천사는 우선 여자들을 안심시킨다. 『무서워하지 말라』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를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루가1, 30). 그리고 말을 이었다. 『당신들은 나자렛의 예수, 십자가에 처형된 분을 찾고 있지만 있을리가 없소, 자 그 시체를 놓았던 자리를 보시오. 빨리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전하시오. 그분은 부활하셨고 갈릴래아로 먼저 가실 것이니 전에 말씀하신대로(마르14, 28) 거기서 그분을 뵙게 될 것이라고』 여기서 「나자렛의 예수」 「십자가에 처형된 분」이란 용어를 썼는데 이 말들은 예수의 적대자들이 경멸조로 쓰던 말이다. 천사는 「부활하셨다」라는 말과 대조시키고 있다. 여자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 무덤 밖으로 나와 도망쳤고 그 무서움이 너무 커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