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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ㆍ청소년의 달」특별기획 - “가정을 살리자, 청소년을 살리자”] 1. 가출 청소년

입력일 2012-02-10 09:50:27 수정일 2025-03-13 16:22:43 발행일 1997-05-04 제 205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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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만여 명…이유도 각양각색 
“내 멋대로 살고 싶다” 이기심 팽배 대화와 애정없는 가정이 주요 원인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 보강 절실 눈높이 사랑만이 근본 예방 대책
충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10대들. 이들의 가출을 막기 위해선 부모들의 관심과 사랑 즉 논높이 사랑만이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일 것이다. 사진은 예절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가정을 살리자, 청소년을 살리자」는 기획을 마련「가출 청소년」「버려지는 노인들」「갈라서는 부부」「쪼개지는 가정」등 우리 가정의 실상을 보도, 건강한 가정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연 10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집을 나와 거리에 나서고 있다.

 경찰청에서 현재 파악하고 있는 가출 청소년은 연간 1만 명 선. 그러나 아동상담소와 청소년 쉼터 등에 종사하고 있는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들을 포함해 연간 10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가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이 늘면서 자연히 청소년 범죄 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가출 청소년=청소년 범죄」라는 등식은 관념적이고 고답적인 평가 잣대이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율을 감안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가 가출 청소년 문제이다.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1996년도「청소년 백서」를 보면 청소년 범죄가 91년도에 비해 95년도에 21.2%가 증가했고, 이 수치는 전체 범죄 증가율 17.1%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가출이 늘어난 만큼 가출 이유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가정문제를 이유로 집을 나온 10대 가출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에는 기성 세대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면서 집을 뛰쳐 나오고 있어 어른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S여상 2학년 장민선양은『돈을 벌어서 내 멋대로 살고 싶어 가출했다』고 하는가 하면, 안양 S여중 3학년 김지영양은『유방암 수술을 한 어머니가 잔소리가 너무 심해 가출했다』고 한다.

 또 서울 K여상 1학년인 이지연양은『유명 메이커 바지를 사 입기 위해 가출했다』면서『요즘 힙합바지를 입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데도 부모들은 이런 사정도 알지 못하고 혼내기만 해 집을 나왔다』고 가출 이유를 털어놓았다.

 서울 YMCA「청소년 쉼터」가 지난해 말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 3백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대화와 애정없는 가정 환경」(34.8%)「입시교육 위주의 학교 환경」(19.3%)「향락 퇴폐적인 사회 환경」(16.4%) 등이 주된 가출 요인으로 드러났다.

 또 일반 학생 2천1백23명에게「어떤 때 가출하고 싶은가」하는 질문에「부모들이 무작정 야단칠 때」(34.9%)「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할 때」(20.7%)「집에서 나를 무시할 때」(14%)「지나친 보호와 간섭을 당할 때」(10%) 순으로 응답이 나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가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가장 손쉽게 빠져드는 곳은 유흥업소이다. 유흥가는 가출 10대들의 천국이다. 속칭「벌집」이라 부르는 쪽방에 친구끼리, 이성끼리 혼성 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은 유흥업소「삐끼」나 종업원으로, 여자애들은 단란주점 등에서 접대부로 일한다.

 또 일부 10대들은「철가방」과 주유소「총잡이」「신문 배달」로 돈을 벌거나 학교와 동네 주변에서 학생들의 돈을 빼앗는「삥뜯기」를 하기도 한다.

 청소년 가출문제가 급증하는 원인 중 어른들의 몫도 크다. 그 중 집 나온 10대들을 위한 적절한 보호시설이나 사회적 대책이 부족해 가출 청소년들의 재가출과 상습 가출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아동상담소」가 고작이다. 이외에「청소년의 햇살」「까르딘」등 교회 시설과 YMCA「청소년 쉼터」등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이 있으나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나마 이들 가출 청소년 쉼터의 경우 수용자 대분분이 남학생들이어서 10대 여학생들의 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태이다.

 현재 전국에서 단 한 군데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10대 가출 여학생들의 쉼터인 서울 화양동「착한 목자의 집」만 해도 수용 정원이 7명에 불과해 가출 여학생을 선도하기엔 역부족인 상태이다.

 착한목자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가출 여학생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며 도와 주고 있는 쉼터이다.

 착한 목자의 집에서 가출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한 수녀는『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의 편향된 시각과 무관심이 재가출과 상습 가출을 부추기고 있다』면서『무조건 학교와 집안에 가둬 두려 하는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이 10대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또『충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10대들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교육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입시위주의 교육 구조의 해결과 부모들의 눈높이 사랑만이 청소년의 가출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