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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진짜 건강 진짜 행복 / 윤훈기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
입력일 2017-06-05 수정일 2017-06-05 발행일 2017-06-11 제 304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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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90세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제도와 가치관은 평균수명 50세 때와 똑같다. 세계인구는 75억을 넘었다. 역시 30억 때와 규범과 철학이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선진국민의 신장과 체중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영양결핍성질환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대인의 질병이라 불리는 암, 당뇨, 고혈압, 혈관질환 등은 다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들이다. 인간은 키성장이 끝난 후에는 식습관을 크게 조절해야 하는데, 식욕은 제1욕망인지라 잘 바뀌지가 않는다. 하지만 20살 넘어서도 계속 잘 먹으면 옆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일정 수준의 양적 성장을 이룬 후에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도 일정 수준을 이룬 후에는 조화로움, 즉 분배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 소수 기득권층이 재물을 독차지 하고 있는 현실은 복부비만과 다르지 않다.

우리 형제인 북한의 현실은 어떤가? 그들은 아직 영양결핍성질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인들의 평균신장이 남한 중학생보다도 작다. 인종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선 통일을 바로 안 하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당장 통일이 된다면 민족 내부에 위계가 생기고 차별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위계와 차별은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된다. 그래서 완전한 통일이 되기 전까지 남북 동포들은 지혜를 모아 균형과 조화로움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남한은 이미 성장을 끝내고 살찐 중노년이다. 북한은 아직 자라는 중이지만 먹을 게 한참 부족한 어린이다. 남한 동포는 자신의 몸무게를 10%만 줄여서 북한을 도와주면 된다. 몸의 유지비를 줄이면 자신은 더 건강해지고 북한 동포들도 더 자라고 건강해진다. 다시 말해 남한은 덜 먹어야 건강해지고, 북한은 더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북한은 여러 면에서 아직 부족한 단계다. 반면 남한은 과포화상태다. 그래서 남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먹는 문제에 있어서는 이유를 따지지 말고 퍼주어야 한다. 생존을 도와주는 데 있어서 명분을 들이대지 말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말씀하셨다. 북한을 돕는 것은 결국 남한이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

지금은 초장수 시대다. 하지만 건강장수가 아닌 질병장수 시대다. 너무 외형적인 것만을 추구했던 결과다. 자동차와 집이 커야 잘 사는 것이라는 반그리스도교적 생각과 ‘무한욕망의 무한충족’이라는 자본주의의 덫에 빠져서 많은 것을 잃고 살아왔다. 무작정 많이 먹고 소유하면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에, 환갑을 넘어서면 거의 매일 병원 신세 지며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제는 몸의 건강보다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야 할 때다. 마음의 건강이 진짜 건강이다. 선량한 마음만이 건강장수를 주고 세상도 구원한다. 남한이 먼저 생각을 바꾸자. 그러면 북한도 반드시 변한다.

외형이 커진다고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작은 집과 작은 차에 행복하면서 매일 책 읽으면 그게 진짜 잘 사는 것이다. 건강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고 행복하면 건강한 것이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