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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본당 행사 때 ‘일회용품’ 사용해도 되나요?

입력일 2016-01-13 수정일 2016-01-13 발행일 2016-01-17 제 297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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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이슈토론 주제는 본당 행사 때 쓰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에 관한 내용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 하다는 의견과 효율성보다는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중 찬반의견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 찬성합니다

상황에 따라 허용했으면 합니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는 저도 물론 반대합니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그릇들을 써야 하며,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에도 당연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 불가’라는 원칙만을 너무 고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성을 가지고 사용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교중미사 후 차 나눔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미사 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동안에 수 백 개의 종이컵이 버려집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면 안되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종이컵을 안쓰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요? 종이컵을 쓰지 않는다면 차 나눔 후 수백 개의 컵이 쌓이게 됩니다. 그것을 씻으려면 물과 세제가 들어가겠죠. 겨울이라면 따뜻한 물을 사용해야 하니 온수기도 돌아갈 겁니다. 거기에 소수의 분들이 설거지에 뒷정리까지 ‘노력 봉사’를 해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종이컵을 분리수거 한다면? 종이컵은 재활용될 것이기에 환경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들 역시 뒷정리하는 수고를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요?

저 역시 정확한 계산을 하여 ‘이쪽이 환경에 더 이득이다’라고 주장하기는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원칙 강요가 오히려 공동체를 힘들게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보냅니다. 사용 찬성이라기보다는 사용을 자제하되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안 루치아

써야 할 때는 쓰는게 효율적

저희 본당에서는 매주 교중미사 후에 성당 마당에서 신자들과 차(茶)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본당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주 레지오 쁘레시디움 별로 돌아가면서 단원들이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미리 담아 두고, 녹차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미리 끊여둔 따뜻한 물을 미사가 끝나는대로 부어서 퇴장하는 신자들에게 기호에 따라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교중미사를 참례하는 신자분들은 보통 200~250여 명 정도입니다. 다른 본당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모르겠지만, 본당에 200명 이상이 동시에 쓸만큼의 컵이 준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종전에 사목하신 신부님께서 전신자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양의 컵을 준비해주셨었습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많이 잃어버리기도 하고, 관리가 힘들어서 사용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사실 많은 본당에서 봉사자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자연임을 알기에 공적으로 쓰일 때는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활용 될 수 있도록 잘 분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 중에 유념해서 최대한 자제한다면 환경도 지키고 좀 더 효율적인 쓰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당 차원의 규정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김수희(바틸다)

■ 반대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피해 줄 수 없죠

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 후 신자들과 함께 음식 나눔을 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에서 음식을 준비해 교우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뒷정리였습니다. 잔뜩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를 보며 한숨이 나왔습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했다면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투덜대며 설거지를 하는 도중, 대림시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주제로 한 특강을 들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개발과 편리를 위해 환경 파괴도 아랑곳하지 않는데, 결국 그에 대한 피해는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편하자고 일회용품을 남발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엉뚱하게 가난한 이웃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체 사람들과 설거지하면서 “조금 힘들더라도 환경을 살릴 수 있으니, 우리는 뜻 깊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찬미받으소서」의 내용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인류와 모든 피조물에게 ‘공동의 집’을 주셨고, 이 공동의 집을 하느님 뜻에 맞게 돌봐야 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한 몫을 담당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우리가 마치 모든 것을 다 가질 것처럼 살아가는 이기적인 모습은 내려놓아야 하겠지요. 결국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우리 각자의 삶이 보다 절제되고 검소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회용품 사용은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그 편리함이 타인에게,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기꺼이 불편을 선택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sjfatima@hanmail.net

편의보다는 환경이 우선돼야

우리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조금의 불편도, 조금의 시간 지연도 참아내기 어려워합니다.

예전 같으면 당연했을 일들을 귀찮은 일, 버거운 일로 여기기도 합니다. 저는 일회용품 사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본당 행사 등에서 소수의 봉사자가 힘드니 일회용품을 사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수백 개의 컵과 그릇들, 그것들을 씻고 정리하는 것은 힘든 일이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힘드니 일회용품을 사용하자는 것은, 결국 우리가 편하자고 지구를 힘들게 하자는 주장이 되는 것 아닌가요?

국토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갑니다. 좁은 땅덩이는 이제 금수강산이 아니라 ‘쓰레기 강산’이라는 말조차 나올 지경입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 창조주가 주신 이 땅과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원래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 아닐까요? 우리부터 행동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를 ‘공동의 집’이라 명명했습니다. 지구는 바로 공동의 집입니다. 우리들 몸 하나 편하자고 공동의 공간을 어지럽힐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guess80@naver.com

네티즌 생각

· 시중에 친환경 세제라 불리는 세척제가 많이 나와있지만, 정말 친환경인지 의문이 듭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이 환경을 지키는 방법인지…,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환경도 보호하고 효율적인지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