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이경상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삶과 신앙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4-02-26 수정일 2024-02-27 발행일 2024-03-03 제 338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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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성심 항상 품에 안고, 웃음과 소통으로 화합 이끌어
외할머니 깊은 신앙에 큰 영향
생활화된 기도로 어려움 극복
가난한 이에 대한 배려심 크고
출중한 친교·유머 감각 돋보여

이경상(바오로) 신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는 ‘사랑’과 ‘따스함’을 평생의 과제로 삼는다. 늘 좀 더 따스하게 살아볼 것을 마음에 새기는 이경상 주교는 그 매일의 행보에 항상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잊지 않는다. 이경상 주교의 그 발걸음 안에 깃든 하느님의 자취와 삶의 여정을 살펴본다.

2001년 서울 방학동성당 ‘한마음 장터’에서 이경상 신부(가운데)가 신자들과 어울리며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따듯하고 착한 예수 성심을 본받겠다는 염원을 더욱 잘 이어가게 하소서.” 이경상 주교가 2019년 7월 15일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이 말은 이 주교의 서품 성구 ‘그리스도의 마음(attitude)이 너의 마음이 되게 하라’(필리 2,5 참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성구는 ‘예수 성심을 본받겠다’는 각오에서 선택했다고 한다.

2월 25일 개포동본당 교중미사 중 열린 주교 서임 축하식에서도 이 주교는 그런 예수님의 마음,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남은 삶을 바쳐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느님 마음에 빠져 사제의 길로 나섰던 그는 이제 주교의 발걸음으로 ‘성심’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한 이경상 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1960년 서울 필동에서 고(故) 이건호(미카엘)·우문자(율리안나)씨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 주교는 독실했던 부모님으로부터 기도 생활과 신앙을 배우며 자연스레 하느님을 접했다. 특히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 고(故) 정순애(마리아) 여사의 깊은 신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상 기도가 생활화돼 있었고, 집에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방문해서 맘 편히 쉬고 가는 일이 많았다. 이 주교는 “신앙적으로 정말 좋은 가정 환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집안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제 성소를 꿈꿨던 이 주교는 1976년 당시 가좌동본당(현 가재울본당) 주임이었던 김충수 신부(보니파시오·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추천으로 소신학교인 서울성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김 신부는 ‘신학교에 보낸 첫아들’로 이 주교를 떠올리면서 “부모님들이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잘 돕고 나누는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1979년 소신학교 졸업식에서 이경상 주교(오른쪽)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1988년 사제품을 받은 후 유학을 떠나 1995년 ‘본당 신부들의 직무’를 주제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하는 등 사제 생활 내내 이 주교와 가까이 지낸 박일 신부(알렉산델·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는 “언어능력뿐 아니라 소통과 친교, 행정력에 있어 출중하고 유머 감각에 더해 창의적인 분야에서는 천재성이 있다고 본다”며 “무거운 십자가를 지시게 됐지만 우리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에 굉장히 도움이 될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국한 이 주교는 본당 사목을 하며 교구 법원에서 여러 소임을 맡았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22년까지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사무처장을 비롯한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에서 봉직하며 9년여간 보건정책실장으로 헌신했다. 이때 서울성모병원 정상화, 은평성모병원 건립 등 굵직한 업무를 이끌었다.

이 주교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웃음이 넘친다. 출중한 친교 능력과 유머 감각은 그를 만나본 모든 이가 공감하는 바다. 대신학교 입학 동기인 서울 잠실본당 주임 이재철(요셉) 신부는 “학교에서도 늘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즐거웠고, 주위를 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유의 위트와 유머는 본당에서도 신자들을 더욱 친교와 화합으로 이끌고, 강론에도 귀를 모으게 한다.

그의 SNS에서는 ‘초심, 성찰, 반성, 은총, 감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서품 성구를 되새기며 “예수님 마음을 닮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토로하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하느님 덕에 늘 행복하다”고 털어놓는다. 가톨릭학원 보건정책실장 시절 사무실에 ‘기도가 만사를 변화시킨다’는 글을 붙여놓고 일했던 장면에서는 ‘기도’를 항상 곁에 두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이재철 신부는 “주교님은 항상 기도하고 기도로 모든 걸 이겨내고자 애쓴다”고 했다.

‘소통’은 이 주교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소통과 대화가 없으면 통교가 없으므로 서로 일치감을 느낄 수 없고 이렇게 되면 삼위일체 하느님을 모시는 우리 교회 본성과도 반하는 일”이라는 게 지론이다. 본당 새벽 미사 후 신자들과 티타임을 갖는 정경은 사목 현장 안에서의 소통 노력을 대변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