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1회기 개막 앞둔 세계주교시노드] 누가 참석하고, 어떻게 열리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9-19 수정일 2023-09-19 발행일 2023-09-24 제 336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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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포함한 ‘비주교’ 대의원 참여… ‘친교·사명·참여’ 우선적 토론
교회 의사결정 참여 기구와
여성 부제와 성소수자 문제
사제 독신제 유지 등 논의

2021년 10월 9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회에 앞서 전 세계 주교회의 대표단에게 시노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로마에서 10월 4~29일 열린다.

본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올해 10월 한 회기로 예정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제의 중대성에 따라 본회의를 올해 10월과 2024년 10월 두 회기로 나눠 개최한다고 지난해 10월 16일 발표했다. 회기 연장 이유에 대해 교황은 “이미 시노드의 열매가 맺어지고 있지만, 더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는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며 “이것은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구성적 본질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교황이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교회, 각국 주교회의, 대륙별 단계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6월에는 제1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마련했다. 제1회기 참석자들은 「의안집」을 작업 도구로 삼아 교회 현안에 대한 경청과 식별을 지속하게 된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참석자들의 구성과 특징, 회의 진행방식, 이전 세계주교시노드와의 차별성 등을 알아본다.

■ 최대 규모 대의원… ‘비주교’ 참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는 전 세계에서 400명 이상이 참석한다. 이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364명이다. 이 수치는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과 함께 시작한 세계주교시노드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이다. 대의원 가운데 3분의 1은 교황이 직접 임명했다.

대의원 구성을 보면, 교황을 포함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 등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참석한다. 교황은 세계 각국 주교회의를 대표해 추기경과 주교 169명을 대의원에 임명했다. 이외에 동방가톨릭교회 대표 20명, 각 지역 주교회의연합회 대표 5명도 대의원으로 참여한다.

제1회기 대의원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처음으로 ‘주교 아닌 대의원’(Non-bishops)들이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비주교 대의원은 전체 대의원의 21%에 해당하며, 세계 각국 주교회의에서 추천을 받았거나 교황에 의해 직접 임명됐다. 비주교 대의원 중에는 대학생, 난민 운동가, 과학자, 신학자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돼 있다.

교황청 세계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지난 7월 7일 교황청에서 대의원 명단을 발표하며 비주교 대의원 임명에 대해 “세계 각국 다양한 교회를 구성하는 하느님 백성들이 한자리에 섞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주교 대의원 임명의 또 다른 특징은 역시 세계주교시노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수도자를 포함해 여성은 모두 54명이다. 여성들은 이전까지 세계주교시노드에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는 있었지만, 투표권은 행사하지 못했다.

비주교 대의원과 여성 대의원 임명은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을 반영하고 있다. 교황은 특히 전체 교회에서 여성이 이전보다 더 중요한 직책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황청 내 부서 주요 직위에 여성 비율을 높여 왔다.

비주교와 여성들의 참여는 기존 규정을 폐지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만든 것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2018년에 만들어진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Episcopalis Communio)는 세계주교시노드에 비주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레크 추기경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벨기에 룩셈부르크대교구장)은 비주교의 대의원 참여와 관련해 “본질적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변화”라며 “새로운 논의와 의사결정 방식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참석자 모두가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은 아니다. 그리스도교 타 종단 대표단 30여 명(형제애 대표단)과 떼제공동체 알로이스 수사 등 특별 초청자 8명 등은 논의나 조언은 할 수 있지만 투표권은 없다. 또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도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인원으로 대체될 수 있다.

모든 참가자들은 제1회기 개막에 앞서 10월 1~3일 세계주교시노드 피정에 참가해야 한다. 또한 9월 30일에는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타 그리스도교 종단 대표단이 참가하는 일치기도회가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14일 교황청 세계시노드 사무처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황은 이틀 뒤인 16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를 1회기와 2회기로 나눠 2024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CNS 자료사진

■ 대의원 투표는 제2차 회기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올해 10월 제1회기와 내년 10월 제2회기로 나뉘어 진행됨에 따라 정기총회 진행방식도 회기에 따라 달라진다.

제1회기는 본회의와 그룹 작업으로 구성된다. 그룹 작업을 위해 12명가량으로 이뤄지는 언어별 그룹이 정해진다. 제1회기 작업은 전체적으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라는 주제를 비롯해 신학적, 사목적 세 분야(친교, 사명, 참여)에 상응한 4개의 토론 단위로 구성된다. 각 대의원은 친교, 사명, 참여 각각의 토론 과정 가운데 하나에만 참여할 예정이다. 작업 그룹은 대의원들 각자의 선호도와 구사 가능한 언어적 변수를 고려해 구성된다.

「의안집」 내용 중 제1회기 논의 주제로 관심을 모으는 것으로는 여성 부제 허용, 사제 독신제 유지,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 입장, 교회 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는 기구 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제1회기에서 대의원들의 투표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제1회기가 끝나고 제2회기가 시작되기 전 약 1년 동안은 시노드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참석 대의원들에게 제2회기 준비에 필요한 여러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참석 대의원들은 제2회기가 끝나면 교황에게 제출할 ‘건의안’(Advisory Final Document)에 투표하게 된다. 교황은 원할 경우 건의안을 채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2회기를 폐막하면서 교황이 작성한 최종문서를 발표할 수도 있다.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진행과 관련해 “성령은 곧 시노달리타스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세계주교시노드는 세상 시류에 따라 어떤 권리나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의회(Parliament)가 아니라 성령의 숨결에 순종하며 성령께 보조를 맞추는 여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