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권상연성당이 탄생되다

정미연 아기예수의데레사(화가)
입력일 2023-09-05 수정일 2023-09-05 발행일 2023-09-10 제 335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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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교자의 성스러운 피가 영혼의 향기로 다시 피어오른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이 끝나고 제대 쪽 전면 좌우에 놓일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조각상 제작을 시작한다. 처절한 순교를 거쳐 천상에서 우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두 분을 이미지화해본다. 먼저 왼쪽 복자 윤지충의 상이다.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곳. 한 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다. 하늘에 띄우는 편지를 비둘기가 물고서 하느님께로 향한다. 우리들의 수많은 사연들을 전해 주시는 첫 순교자 윤지충! 진리의 원천이신 하느님만이 구원의 길임을 보여주는 윤지충의 굳건한 자세에서 드러난다. 오른쪽의 권상연 상은 무릎을 꿇고 묵주를 들고서 두 손 모아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는 형상이다. 천상의 평화, 내면의 기쁨이 배어나도록 표현해 본다. 7개의 종려나무가지를 현대화해 순교자의 이미지를 배가한다.

윤지충 상에는 동적인 이미지를, 권상연 상에는 정적인 이미지를 배치했다. 성당 제대 좌우에 놓일 두 분의 성상은 이곳이 순교자 기념성당임을 상징한다. 만들어진 성상을 바라보며 감격한다. 우리들 신앙의 선조이신 두 분의 상을 만들게 되다니.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제 성당은 웅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수려한 종탑까지 세워지고 모던하면서 격조 있게 지어진 성전을 보니 가슴이 뛴다. 드디어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세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니 눈물이 난다. 감실과 실내 14처, 문고리의 천사상,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예수님 일대기, 묵주기도 20편의 그림들, 실외 십자가의 길, 성체조배실 등등.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성당이다. 어려운 재정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어다니며 일일이 감독하느라 애쓰신 박상운 토마스 신부님, 수많은 봉헌자들과 본당 신자들의 열렬한 기도, 설계자, 감리, 전기, 설비, 한 개 한 개의 벽돌을 쌓은 많은 분들까지 건축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땀 흘리며 한마음으로 임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정성이 모여 만들어진 성당이다. 땀과 정성, 기도, 헌신, 그리고 아픔까지 커다란 산을 이루며 우리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곁에서 지켜본 나는 큰 원의를 이루는 일에는 혼자의 힘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정성 위에 하느님의 이끄심이 함께한다는 것을 지켜봤다. 효자4동성당은 첫 순교복자들의 유해 발견을 기념하고 현양하며 신해박해 230주년 기념 성당으로 지정돼 권상연성당이란 이름으로 드디어 새롭게 탄생됐다.

눈을 감고 지나간 시간을 회상해본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작업을 하면서 생각한다. 부족한 나를 선택해주신 박상운 신부님이 없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 귀한 인연을 소중히 생각했기에 나의 모든 열정과 재능을 아낌없이 드렸다. 또 암이라는 시련을 거치면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신 주님께서 작업하는 내내 손을 잡아주셨고 고통을 은총으로 바꿔주셨다.

하나의 성상을 만들 때마다 작품의 이미지를 보여주셨고 작업하는 손길을 잡아주시는 사랑 때문에 기쁨의 눈물을 닦는 때가 수없이 많았다. 이제 권상연성당에서는 따뜻하게 손 벌리고 우리를 맞아주시는 성모님 손을 잡고 나의 죄가 파먹은 예수님의 몸을 바라보며 속죄하고 순교자들의 거룩한 희생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성모님의 7가지 아픔을 통해 주님 사랑을 키우며 그리스도의 부활로 향하는 기쁨과 확신을 품게 되기를 희망한다.

정미연 아기예수의데레사(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