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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지상의 평화」 60주년 / 강주석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3-09-05 수정일 2023-09-05 발행일 2023-09-10 제 335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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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의 노틀담대학교에서는 ‘새롭고 오래된 전쟁, 평화를 향한 새롭고 오래된 도전’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여기서 로버트 맥클로이(Robert W. McElroy) 추기경은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가톨릭 가르침의 진정한 쇄신, 재구조화와 확장’을 제안했다. 그는 적극적인 비폭력을 선택할 것을 강조하면서 성 요한 23세 교황 회칙 「지상의 평화」가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상의 평화」가 가톨릭 공동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도 지대하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드리워진 상황에서 쓰인 이 회칙은 평화에 대한 풍부한 전통을 지닌 교회가 평화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말해야 하며, 특히 시대의 징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지니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확신에 기초해 발표됐다. 요한 23세 교황은 1960년대에 부상한 국제사회의 존재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평화를 창출할 수 있는 기본 인권을 개략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진정한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체적인 틀을 제시했다.”

「지상의 평화」 이래, 후임 교황들은 모두 ‘전쟁의 악’을 강력히 단죄했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응했던 군사작전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미군과 다국적군이 ‘사막의 폭풍’ 작전을 시작한 1991년 1월 17일에 “저는 전쟁이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고, 앞으로 없을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적인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유럽 국가 가운데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와 리투아니아가 군비 지출을 큰 폭으로 증가시켰으며, 스웨덴과 폴란드의 군비 지출도 크게 늘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2년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서 따르면, 중부·서부 유럽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실질 규모에서 냉전 시대였던 1989년을 처음 넘어섰다. 또한 연구소는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군비 확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냉전의 대결’이라는 먹구름이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고(「지상의 평화」 113항) 역설했던 성 요한 23세 교황의 가르침을 오늘날의 교회는 더 담대하게 선포해야 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