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가을, 영성을 위한 책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0-25 수정일 2022-10-25 발행일 2022-10-30 제 3316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 장 한 장 넘기는 가을의 묵상… 영성으로 곱게 물들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마음 속 공허함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을을 타는 마음을 영성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 우리 영성을 깊게 해 줄 신간들을 소개한다.

「완덕의 길 해설」(방효익 신부 지음/392쪽/1만6000원/기쁜소식)

성녀 데레사가 저술한 고전

신학·영성적으로 쉽게 풀이

탁월한 영성으로 중세 교회의 쇄신을 이끌어낸 아빌라의 성 데레사. 예수의 성녀 데레사, 대(大) 데레사 등으로 불리는 성인은 가르멜 수녀들이 관상에 이르는 여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완덕의 길」을 저술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인 「완덕의 길」을 가르멜 영성 전문가인 방효익 신부(바오로·수원 권선동본당 주임)가 해설했다.

「완덕의 길」은 기도를 위한 근본적인 준비에서부터 구송기도를 어떻게 정신기도(묵상)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나아가 관상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책에는 어떻게 기도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초보자들은 물론이고, 기도를 더욱 충만하게 체험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주님의 기도’를 해설한 부분은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모든 신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명작이다.

저자는 「완덕의 길」 본문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신학적·영성적 부분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성경의 말씀과의 연관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준다. 또한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부분에 성인이 저술하던 당시의 시대상과 성인의 삶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새 부대’에 담아 무엇보다도 수도자들과 사제들에게 건네주고 싶었고, 가르멜수도회의 영적 세습자산을 자기 영성생활의 지침으로 삼고자하는 열심한 신자들이 「완덕의 길」을 읽고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집필 목적을 밝혔다.

「위안이 된다는 것」(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황미하 옮김/300쪽/1만8000원/가톨릭출판사)

지친 심신에 위안과 힘을 주는

자연·외부활동·기도 등 소개

영성 심리 상담의 대가인 안셀름 그륀 신부가 이번에는 독자들을 ‘위안’으로 초대한다.

책은 우정, 포옹, 대화, 고향 등 결속감에서, 독서, 음악, 그림 등 아름다움에서, 숲, 꽃, 동물 등 자연에서 위안을 찾아간다. 나아가 우리 몸과 영혼에 생기를 북돋아 주는 즐거운 활동들, 그리고 내적 원천에 힘을 주는 방법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요, 진리, 전례 등 기도가 주는 위로를 느끼도록 이끈다.

저자가 5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위로를 이야기하는 것은 독자들이 어디서든지 위로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책은 이를 통해 자신의 몸에, 마음에 알맞은 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다양한 위로를 말하기 앞서 빗나간 위로를 경계한다. 하느님만 믿으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값싼’ 위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는 겉치레식 위로, 나의 고통을 다른 사람의 고통과 비교하는 위로 등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처드 로어 묵상 선집」(리처드 로어 신부 지음/이현주 옮김/480쪽/2만9000원/분도출판사)

신앙을 위해 필요한 묵상거리

주제별로 묶어 상세하게 해설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도자이자 영성가인 리처드 로어 신부가 그동안 발표한 책과 강연을 선별해 엮은 묵상집이다.

저자는 성경을 바탕으로, 그리고 프란치스코회의 정통 가르침과 관상의 실천, 자기 비움을 기초로 신자들이 신앙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묵상거리와 가르침들을 풀어낸다.

책에는 저자의 묵상들이 주제별로 묶여 있다. 성경과 성전을 바탕으로 신앙을 인식하는 ‘방법론’, 존재의 ‘바탕’이 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 묵상의 ‘틀’, 에큐메니컬, 에고(ego)를 바탕으로 한 ‘변형’과 ‘진행과정’ 그리고 묵상의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신앙인으로 살면서 고민하고 묵상해봐야 하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우리 성경은 처음엔 속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 속에서 언제나 성스러운 것을 찾는 훌륭한 궤도에 우리를 올려놓아 준다”고 말한다. 이어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덮을 때마다 더 지혜로워지고 더 거룩해지고 더 자비로워지고 우리의 고통당하는 세상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