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 내음 나는 독립서점, 가보셨나요?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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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딴뚬꽌뚬, 대전-마르타의 서재, 서울-콜링북스를 가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

2015년 100곳이 채 넘지 않던 독립서점은 지난해 700곳이 넘어설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독립서점은 대형 유통망이나 큰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소규모 서점을 의미한다. 규모가 작아 서점 주인의 성향이 서점에 그대로 묻어나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매력에 최근에는 지역의 독립서점을 찾아 여행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톨릭 신앙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에서는 ‘가톨릭’이라는 간판이 없어도 은은하게 가톨릭 내음이 난다. 전교 주일을 맞아 외적으로 하느님 안에서 하는 일이라고 알리지는 않지만, ‘그리스도의 향기’가 피어나는 독립서점들을 찾아봤다.

딴뚬꽌뚬 내부.

■ 인천 / 딴뚬꽌뚬

‘딱 그 만큼’ 교회 지향 담은 책 선정

“딴뚬꽌뚬이 무슨 뜻이에요?”

카페이자 독립서점인 딴뚬꽌뚬(인천 미추홀구 경인로 358)의 서점지기 윤승용(베드로·64)씨가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딴뚬꽌뚬(Tantum Quantum)은 라틴어로 ‘딱 그 만큼’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 중 ‘원리와 기초’에서 따온 구문이다. 정확히는 하느님께서 주신 사물을 사용하되 자신의 영혼에 구원이 되는 ‘딱 그 만큼’만 사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신자인 손님이 많다보니 딴뚬꽌뚬의 의미를 깊게 설명하는데 어려움은 따르지만, “우리 자신의 선한 존재 목적에 이로운 딱 그 만큼만 취하고 행하자”는 뜻은 전하고 있다.

딴뚬꽌뚬에서는 가톨릭 관련 서적을 따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다. 서점 책의 대부분이 독립출판 서적이기 때문이다. 독립출판 서적이 아닌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 대형서점에서는 주목받지 못한 책들이다. 나만의 특별한 책을 발견하고 싶은 이에게 적격이다.

그저 희귀한 책을 모아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생명, 환경, 여성 등 큰 주제를 두고 책을 선별하고 있다. 바로 오늘날 교회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들이다. 딴뚬꽌뚬은 책을 통해 신앙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라봐야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윤씨는 “‘가톨릭’이라는 말을 앞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교회의 지향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책을 고르고 있다”면서 “신자로서 관심 가져야 할 교회의 지향을 알기 위해 늘 카운터에 ‘가톨릭신문’을 두고 읽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타의 서재 내부.

■ 대전 / 마르타의 서재

영혼의 양식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길

“책이 있는 따듯한 공간에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해요.”

마르타의 서재(대전 유성구 은구비서로 24번길6) 서점지기 김태임(마르타·44)씨는 사람들이 위로받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점을 꾸려나가고 있다.

서점이름에 ‘마르타’를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마르타가 예수님을 위해 음식을 장만했듯이, 영혼의 양식을 나누는데 진심을 담고자 한다. 무엇보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루카 10,41)라며 마르타를 일깨워준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마르타의 서재는 서가뿐 아니라 프로그램실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여러 독서모임은 물론이고, 북테라피나 남편이 운영하는 심리상담소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마르타의 서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참가자들이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위로받도록 초대해 호응을 얻고 있다. 청년성서모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김씨는 프로그램 진행을 가톨릭성서모임 방식으로 이끌고 있다. 성경이 아닌 책이지만, 성경의 핵심 메시지인 ‘사랑’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씨는 “성서모임에서는 신자들과만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곳에서는 개신교 신자나 불교 신자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교회 서적은 아니지만, 신앙의 관점에서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면 재미도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콜링북스 내부.

■ 서울 / 콜링북스

“책-사람-신앙-공간 잇는 역할 하고파”

앞서 독립서점들이 가톨릭 서적을 다루지 않는다면 콜링북스(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57길 14-4)는 가톨릭 서적을 모은 공간을 두고 있다. 콜링북스는 서점지기 이지나(요안나·38)씨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긴 주제를 바탕으로 책을 선별해 판매하는 독립서점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천주교인으로 살아가며 ‘책’의 도움을 늘 많이 받았다”며 “먼 곳에서 전문 서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읽고 좋았던 책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콜링북스는 마중물이 ‘물을 부르는 물’이라면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책으로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이름처럼 많은 이들이 책에 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콜링북스는 신앙 실천도 이어주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이기도 한 이씨는 자신의 신앙기록을 담아 「요안나의 홀리저널」을 독립출판해 콜링북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씨의 책을 읽고 “성서모임을 가보게 됐다”라거나 “세례를 어떻게 받는지 찾아봤다”는 독자들의 연락도 꾸준히 온다. 뿐만 아니라 ‘나눔가게’로서 수익의 일부를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기부하고, 다이어리 판매수익금을 ‘명동밥집’에 기부하는 등 콜링북스를 통해 이웃 사랑 실천에도 나선다. 또 콜링북스 이용자들이 모여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씨는 “책 속에 아무리 많은 좋은 내용이 있어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겉모습만 천주교인이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책과 사람, 책과 공간을 잇고 연결하는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