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계시된 진리를 믿음과 이성으로 깊이 바라보게 할 신학 서적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0-11 수정일 2022-10-11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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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크리벨리 ‘성 예로니모(오른쪽)와 성 아우구스티노’.(일부)

성경과 성전을 통해 계시된 진리를 신앙으로 받아들인 것이 교리라면, 이 진리를 우리 이성으로 설명한 것이 신학이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신앙과 이성」의 첫머리에서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로 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도 한국 신학의 저변을 넓혀줄 신학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느님을 향한 지식, 신학에 깊이를 더해줄 신학 분야 신간들을 소개한다.

■ 교부학

「명인록」

히에로니무스 지음/최원오 옮김/232쪽/2만3000원/아카넷

성경 주석가 성 예로니모 저작

고대 그리스도 문헌학의 뿌리

사도시대 이후 교회를 이끌며 하느님과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관해 탁월한 가르침을 전했던 교부들을 연구하는 학문을 교부학이라 부른다. 성경 주석가이자 인문학의 수호성인 히에로니무스(Hieronymus·347~420년), 바로 예로니모 성인의 저작이 처음으로 우리말로 번역됐다.

이번에 번역된 「명인록」은 고대 그리스도 문헌학의 뿌리이자 교부학 입문서다. 책은 고전 문학 전통 안에서 ‘그리스도교 문학’의 지평을 열고, 고전문화와 성경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그리스도교 문화를 문학자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작품이다.

책은 시몬 베드로를 시작으로 사도들과 복음사가들, 여러 교부들과 저자 자신에 이르기까지 유명 저술가 135명의 생애와 작품 정보를 전하고 있다. 당시에는 교부학이라는 용어가 없었지만, 이미 이 책이 교부학의 기원인 셈이다. 오늘날 수많은 교부학 입문서와 교부학사전도 모두 이 작품의 틀 안에서 응용, 발전시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교의신학

「신학과 교회」

발터 카스터 지음/조규홍 옮김/551쪽/3만 원/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교의신학 전반의 고유한 입장

17년간 쓴 논문과 강연 자료

교의신학은 계시의 원천이신 하느님과 계시의 전달 통로인 하느님 백성에게 맡겨진 말씀을 다루는 신학이다. 교의신학 분야에서는 「신학과 교회」가 눈길을 끈다. 저자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대한 신학자’라 칭했을 정도로 현대 신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현재의 신학과 교의 ▲신학과 인간학 ▲구원의 성사로서 교회 등에 관해 저술해온 연구논문들이 실려 있다. 1970년 「신앙과 역사」를 출간한 후 17년 동안 작성한 논문과 강연 자료 중 선별해 편집했다. 기획을 바탕으로 구성해 작성된 논문은 아니지만, 저자가 그동안 한 가지 취지를 바탕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곳에 기고하거나 발표해온 글들이기에 일관된 관점에서 논지를 읽어나갈 수 있다.

카스퍼 추기경은 머리말을 통해 “지난 17년은 내게 나의 고유한 신학적 통찰과 교의신학 전반에 대한 나의 입장을 조금은 해명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신학대전 34 – 참사랑」

토마스 아퀴나스 지음/안소근 수녀 옮김/604쪽/4만 원/성토마스연구소

믿음과 희망, 참사랑 다루고

참사랑의 주체와 효과 등 설명

2000년 교회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신학 작품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작품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신학대전」이다. 「신학대전」은 성인의 마지막 작품이자, 성인의 사상을 집대성한 대작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그의 사상은 ‘인간 지성이 결코 생각해 낼 수 없었을 높은 경지’에 도달했고, 정당하게 ‘진리의 사도’라고 불릴 수 있을 것”(회칙 「신앙과 이성」 44항)이라고 성인의 신학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에 나온 「신학대전 34 - 참사랑」은 「신학대전」의 제2부 제2편 23~33문에 해당하는 책이다. 「신학대전」 제2부 제1편에서 인간의 최종목적을 제시하고 그 행복에 이르기 위한 인간적 행위들을 다룬 성인은 제2편에서는 대신덕에 해당하는 믿음, 희망, 참사랑과 사추덕을 다룬다. 참사랑은 대신덕에 해당하는 카리타스(Caritas)를 번역한 말이다.

이번 책에서는 참사랑 그 자체와 참사랑의 주체, 대상, 질서를 설명하고, 참사랑의 행위들을 고찰해 그 효과들을 다룬다.

한국성토마스연구소는 2031년까지 총 72권으로 우리말 「신학대전」을 완간할 계획이다.

■ 윤리신학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

찰스. E. 커런 신부 지음/이동화 신부 옮김/392쪽/2만9000원/분도출판사

100년에 걸친 사회적 가르침

윤리학과 교회사 관점서 분석

교의신학이 교리의 원천인 진리를 다룬다면, 윤리신학은 그리스도인의 생활 원리와 실천적 규범을 탐구하는 신학이다.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은 윤리신학자 찰스. E. 커런 신부가 현대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신학과 윤리학, 그리고 교회사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분석한 해설서다.

책은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부터 199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백주년」에 이르기까지 100년에 걸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다루고 있다. 책은 이 가르침들의 역사적 발전과 변화를 살피고, 가톨릭 사회윤리의 관점에서 가르침들을 검토해나간다.

책은 1부에서 먼저 신학적·윤리적·교회론적 방법론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의 본질적 입장을 고찰한다.

■ 교회사

「천주강생언행기략」

줄리오 알레니 신부 지음/최경식 옮김/566쪽/2만3000원/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서양 선교사가 쓴 한문서학서

한국교회 창립의 씨앗 된 책

천학은 1583년 미켈레 루지에리 신부와 마태오 리치 신부가 선교활동을 시작한 이래 서양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저술된 한문서학서를 일컫는 말이다. 선교사들은 천학을 통해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복음을 전했고, 나아가 동아시아 토착화 신학의 기초가 됐다. 이 천학 서적들은 조선 땅에 전해져 한국천주교회를 창립하는 씨앗이 됐기에 교회사학에서도 중요한 자료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아시아복음화연구총서의 일환으로 천학서인 「천주강생언행기략」(줄리오 알레니 신부 지음/최경식 옮김/566쪽/2만3000원/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을 우리말로 펴냈다.

책은 ‘서양에서 온 공자’(西來孔子)라 불리며 중국학자들에게 큰 존경을 받았던 줄리오 알레니 신부가 4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통합해 정리한 책이다. 책은 요한 세례자의 탄생을 시작으로 예수님의 유년기 행적, 공생활, 수난과 죽음, 부활, 성령강림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하느님과 복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설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필 수 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 김동원(비오) 신부는 “이 책은 당시에 천학을 통해 형성된 신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