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흥식 추기경 특별 인터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6-08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모든 영광은 순교자들 덕분… 사랑의 도구로 쓰이길”
순교자 후예답게 살고자 노력
교황의 관심과 격려가 큰 힘

“추기경의 직위는 명예가 아닙니다. 오직 교회를 사랑하고 교황님을 보필하는 사랑의 도구로 쓰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추기경 21명을 임명하던 5월 29일,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작은 경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추기경 서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또 다시 ‘과분한 직무’라며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과 믿음에 공을 돌렸다.

“발표가 있던 날은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를 비롯한 124위 순교 복자 기념일이었습니다. 성직자부 장관 임명과 추기경 서임 모두 순교자의 공로입니다.”

그래서 유 추기경은 “그처럼 장한 우리 순교 성인들이 보여주신 신앙의 모범을 교황청에서도 그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며 특히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전 세계 모든 사제들이 용기와 힘, 기쁨 속에서 살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7월 교황청을 향해 한국을 떠나면서도 똑같은 다짐을 했다.

“우리 순교자들 후예답게 가서 잘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각별한 유대와 긴밀한 소통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황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은 분주한 일정 속에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는 격려가 된다.

“항상 저와 성직자부의 업무에 대해 보고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힘을 북돋아 주십니다.”

가장 최근의 격려는 유 추기경이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과 함께 작성한 3월 19일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낸 편지’로부터 왔다. 미리 초안을 보내드렸고, 교황이 곧 답장을 주었다.

‘사랑하는 라자로, 동의합니다. 형제 프란치스코가.’

머리털이 쭈뼛할 만큼 교황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성직자부 장관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삶과 영성, 교육을 관할하는 중요한 부서다. 유 추기경은 즉위 이후 줄곧 교회 쇄신을 추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9일 발표해 6월 5일부터 실행된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에 주목했다.

“이 교황령은 9년 동안 이어진 교황청 개혁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여기에 담긴 복음화와 사랑 실천, 시노드 교회의 지향을 실행하는 사제의 양성이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저의 가장 큰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묻는 질문에도 유 추기경은 교황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다.

“교황님께서 워낙 고령이신지라 건강에 유의하셔야 하지요. 오른쪽 무릎이 안 좋으셔서 걸으면 심한 고통을 느끼십니다. 무조건 덜 써야 하셔서 최근에는 휠체어를 이용합니다. 다행히 건강상 다른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제서야 유 추기경은 “여전히 활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물음에 답했다.

한국의 신자들에게 전하는 마무리 인사에서도 유 추기경은 다시 한번 신앙 선조들의 공로를 되새겼다.

“모든 영광은 순교자들 덕분입니다. 모든 하느님 백성들이 신앙 선조들께 순교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다짐하는 기회를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또, 한국교회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웃들과 다른 나라의 하느님 백성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