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도 생명에 무관심… 배우고 알아야 생명수호 할 수 있다 교회 가르침 명확히 알리고 인식과 태도 변화 이끌어야 사목자의 무관심도 큰 문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 교회 생명수호 활동과 태아 생명보호를 위한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가가 한 생명을 없앨 수도 있다고 판결한 사안으로, 생명경시풍조를 단적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후속 입법 조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태아 생명은 죽음의 문턱 앞에 놓여 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교회는 어떤 활동을 펼쳐 왔고, 앞으로는 무슨 노력을 중점적으로 기울여야 할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3년을 맞아 이를 살펴본다.
■ 태아 생명수호 위한 꾸준한 활동 ‘태아 생명수호’. 전 세계 교회에 이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짙어지는 죽음의 문화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는 예언자이자 생명의 수호자로서 역할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이 부여하신 주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이를 실천하기 위한 활동을 그동안 꾸준히 펼쳐 왔다. 교회는 ‘수정 순간부터 인간’이라는 가르침을 일관되게 천명했고, 법·제도·정책이 이에 반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는 그에 대한 질타도 서슴지 않았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을 때도 교회는 ‘인간 생명은 다수결로 결정될 수 없습니다’ 등 사목교서와 선언문, 탄원서 등을 발표하며 이에 반발했고, 나약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사회는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지닐 수 있다며 태아 생명과 여성을 보호하는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가정과 생명을 위한 미사’ 거행 날짜를 2월에서 5월, 장소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전국 교구 주교좌성당(순회)으로 변경하면서 교회 생명운동의 새 출발을 알렸다. 서울대교구는 2020년 한국교회 최초로 태아 생명을 지킨 미혼부·모들을 격려하기 위한 미혼부모기금위원회를 설립해 태아 생명수호 노력을 이어 오고 있다. 가톨릭신문사의 ‘낙태종식을 위한 기도봉헌’, 올봄 두 번째로 진행된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등 태아 생명 살리기를 위한 기도 봉헌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 죽음의 문화 갈수록 심해져 그러나 사회 안에서 생명의 문화 확산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2012년 합헌으로 결정이 난 낙태죄는 불과 6년여 만인 2019년 헌법불합치로 법적 판단이 바뀌었다. 올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일부 후보가 ‘낙태에 건강 보험 적용’을 공약으로 내놓는 등 태아 생명을 사라지게 하는 도움을 정책으로까지 펼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3년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승리를 외치던 이들은 이제 낙태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태아 생명과 여성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도외시한 채 먹는 낙태약 ‘미프지미소’ 허가·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에는 임신 34주 태아를 낙태시켜 숨지게 한 의사가 낙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임신 34주 태아를 제왕절개 후 낙태시켰지만, 법적 보호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낙태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의사는 살아서 태어난 아기를 죽인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 교회 생명수호 활동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이 같은 현실에 교회 생명의 문화 전파를 위한 전환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만연한 생명경시풍조와 죽음의 문화를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활동에서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생명수호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교구 본당 생명분과 서봉흠(요셉) 대표는 “심각한 상황 속에 오히려 생명의 수호자들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죽음의 문화 앞에 신자들의 생명의 복음 전파 활동은 더 활발해져야 하지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때와 비교해 본당 생명분과위원 수가 줄었고, 활동도 저조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등 노력을 펼쳤지만, 그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실망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는 등 생명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졌다”며 “무엇보다 신자들의 삶과 신앙이 생명 문제에 있어 크게 분리돼 있다”고 우려했다.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