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인터뷰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3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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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 교회가 먼저 형제애 보여야 할 때”

코로나19 종식은 아직 먼 상황
감염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
홀로 사는 어르신이 대부분
가톨릭 신자 네트워크 활용하면
적기에 치료 받게 도울 수 있어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각자 마스크를 철저히 쓰는 등 개인방역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종식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톨릭교회가 먼저 나서 사회적 약자에 손을 내미는 ‘형제애’를 보여야 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베드로)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으로 가장 어려움에 처한 이들은 독거어르신과 같은 단절된 1인 가구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격리 해제가 돼 병원에 오더라도 이미 중증 이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돼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회 구역·반으로 구성된 신자들의 네트워크는 이분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엄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민관합동대책반 즉각대응팀에서 활약한 공로로 이듬해 대응 유공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감염병 전문가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에는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자문특보도 맡았다.

그는 “현재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여 코로나19 확진자를 빠르고 더 정확히 찾을 수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4월 초와 중순 대규모 확진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데 마스크는 최고의 해법”이라며 “마스크를 벗길 바라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 소망이 현실화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많은 신자들이 보도를 통해 ‘엔데믹’, ‘위드 코로나’라는 말을 접했지만, 이는 코로나19의 종식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종식보다는 코로나19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부담 정도의 감염병이 될 수 있도록 답을 찾아가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신앙 안에서 인술을 실천하는 이다. 1988년 고려대학교 의대 재학시절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하며 10년 동안 해마다 서울 노원구 중계·상계동 등지에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료 봉사활동을 벌였다. 2003년부터는 라파엘클리닉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진료 봉사도 하고 있다.

엄 교수는 교회 구성원들이 코로나19 위기 속 중재자가 되길 희망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처를 두고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는 현 사회에, 교회와 신자들이 보여주는 선행들이 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는 주님만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감염내과의로 코로나19 상황에 올바르게 교회가 대처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