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꿈 / 임현택 신부

임현택 신부(유학)
입력일 2021-12-15 수정일 2021-12-15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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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가 사목한 본당에는 유치원이 함께 있습니다. 이곳에 부임해 왔을 때, 유치원이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많이 생겼던 기억이 나네요. 왜냐하면, 보통은 유치원이 본당 옆에서 함께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특별한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제관에 있으면, 낮 시간 때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지어질 때가 많습니다.

또 정말 신기한 건, 신자분들은 제가 사복을 입으면 잘 몰라보시는데, 유치원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사복을 입고 잠깐 외출을 하는데, “토마스 신부님이다!”하는 귀엽고 명랑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면 영락없이 유치원 아이들이더라고요. 이렇게 본당 사목을 하는 신부로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을 이곳에서 경험하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하게 됩니다.

가끔은 유치원 행사에 신부도 함께합니다. 마켓놀이, 민속놀이, 패션쇼, 햄버거 만들기 등등…. 얼마 전에는 요즘 라디오 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보이는 라디오’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직접 진행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더라고요. 이 행사는, 요즘 많이 보편화되어있는 화상회의 앱 ‘줌’(Zoom)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직접 DJ가 되어보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저를 인터뷰 게스트로 초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아이들이 저에게 궁금한 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 질문지를 먼저 받아보았습니다. 그 질문들은 이러했어요.

①신부님은 무슨 일을 하세요? ②신부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밥을 드세요? ③신부님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④신부님은 잠잘 때 어떤 옷을 입어요? ⑤신부님 꿈은 뭐예요? ⑥저희 유치원에 놀러 오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질문 보시니 어떠세요? 아이들 생각이 정말 순수하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저는 이 질문을 받아보고 미소 짓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 귀여워서요.

그런데 특히 5번의 ‘신부님 꿈은 뭐예요?’라는 질문에 한참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저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혼자 말했어요.

“그러게…, 내 꿈이 뭐지?”

그렇게 유치원 프로그램에 함께하면서 ‘꿈’은 현재 내가 있는 자리에서 계속 새롭게 뻗어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아빠가 되었다고, 아니면 예전에 꾸었던 꿈을 이뤘다고 꿈을 저만치 밀어놓는다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에서도 저만치 멀어질 것입니다.

여러분은 꿈이 뭐예요?

임현택 신부(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