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프지미소 허가·도입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12-14 수정일 2021-12-14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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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책임 여성들에게 떠넘기는 것”
여성 존엄성과 권리 훼손
낙태죄 입법 공백 상태에선
부작용에 대한 보호 어려워
사후 통증·후유증에 대한 
관리 소홀해질 가능성 높아

‘미프지미소’ 허가·도입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먹는 낙태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교 시험 없이 국내에 허가·도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최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프지미소란 올해 7월 한 제약사가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낙태약이다. ‘경구용 인공 임신 중절 의약품’이라 칭하는 이 제품은 입으로 먹는 낙태약으로, 교회는 “무죄한 인간의 직접적 살해는 언제나 흉악한 살인죄”(한국 천주교 주교단, 1976년 6월 14일,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우리의 태도’ 선언문 중)라고 단언해 왔다. 미프지미소는 실제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미프진)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200㎍(mcg) 4정으로 구성된 것으로,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초기 자궁 내막 발달을 돕는 황체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해 자궁 내막을 파괴하고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뜨리고,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자궁 경부 이완 작용으로 태아를 몸 밖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이처럼 태아 생명을 빼앗는 미프지미소가 가교 시험 없이 국내에 도입될 수도 있다. 가교 시험이란 인종적 요인의 차이로 외국 임상 자료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한국인 대상으로 확인하는 시험이다. 식약처가 자문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9월 미프지미소에 대해 이를 면제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미프지미소와 관련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김찬주(아가타)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통증과 출혈을 야기하고, 집에서 혼자 먹었다가 출혈 등으로 쓰러져 늦게 발견되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아기 목숨을 죽이고 엄마도 죽일 수 있는 ‘사약’(死藥)”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위험한 약이 낙태죄 입법 공백 상태에 도입되면 여성은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 방선영(올리비아) 변호사는 “지금처럼 낙태죄가 없는 상황에서 들여오면 파는 사람이든, 사는 사람이든 낙태죄에서 자유롭다”며 “또 부작용이 생겼을 때 여성 고통과 후유증을 살피는 데에는 소홀해지는 등 여성 보호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 신부는 “이 약은 여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낙태약 판매를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이 사회가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시 한번 손쉽게 여성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낙태약 판매가 여성 존엄성과 권리를 더욱 훼손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