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사진으로 김대건 신부님 유물 기록한 서판교본당 전용혜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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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은 선조들의 신앙 흔적… 오늘날 우리 신앙에 도움됐으면”

코로나19로 성지들 문 닫자
사진으로라도 유물 남긴 것
신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제가 가진 재능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전용혜(로사·63·제2대리구 서판교본당)씨는 은이·골배마실성지(전담 이상훈 신부)에서 보관 중인 성 김대건 신부 관련 유물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춰 성 김대건 신부님을 기억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올해 6월 은이·골배마실성지에서 사흘 동안 김대건 신부가 미사 집전시 착용했던 제의와 당시 사용했던 성물, 도서 및 문서 등 총 1253점의 유물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가 이번 촬영에 나선 건, 코로나19로 개방되지 않고 있는 성 김대건 신부의 활동을 간직한 성지 내 박물관 유물들을 사진으로나마 교구 신자들과 함께 나누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를 찍은 사진들이 하나도 없던 것도 봉사를 자청한 계기가 됐다.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전씨의 뜻을 알고 전담 이상훈 신부는 기꺼이 촬영 공간을 제공했다. 서적과 제의 촬영에는 서판교본당 주임 김동진 신부 승낙에 제대회 회원들이 그를 도왔다.

전씨는 “두 신부님과 본당 봉사자들의 도움이 있어 더 수월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교구 내 신앙 선조들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면 어디든 기꺼이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전씨에게 사진이란 신앙을 담는 수단이었다. 그는 1983년 압구정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이후 취미를 붙인 사진을 신앙 활동에 접목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2003년에는 교구 하상신학원에서 신학을, 2009년에는 교구 사진가회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이후 그는 사진가회와 함께 교구 내 모든 공소, 옛 성당 등을 촬영하며 사진으로 신앙 선조를 기억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중 공소 사진들은 2년 뒤 교구 설립 60주년에 맞춰 화보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씨는 “사진이란 우리가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특히 사진으로 담아내는 자연을 통해 하느님이 창조하신 신비인 자연을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이유를 되새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으로 신앙 선조들의 흔적을 촬영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은 하나의 공동체로 행동을 실천에 옮길 잠재력을 가진 이들임을 깨달았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신앙 선조들의 신비처럼 우리도 이를 본받아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에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님은 당신 말씀으로 업적을 이루셨고, 피조물은 그 뜻에 따른다’(집회 42,15)는 말씀처럼 앞으로도 주님의 신비를 사진으로 남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