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가난한 이들 위해 인술 펼치는 김용민 경찰병원 교수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09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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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주신 소명, 이웃 위해 써야죠”

“‘가난’이라는 말은 사실 물질적인 부족함보단 주변으로부터 ‘버림받음’이 아닐까요?”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인술을 펼쳐왔던 김용민(베드로) 경찰병원 교수는 “이웃을 돌보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찾아가는 게 주님께서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역할”이라며 “제 별명인 ‘땜장이’도 내 이웃을 돌보라는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스스로를 칭하는 별명인 ‘땜장이’는 그가 의사의 소명을 묵상하던 중 문득 떠올랐다. 그는 별명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땜장이가 됐다. 소록도 공중보건의 근무를 자청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충북대 교수 재직 때는 퇴직을 4년 앞두고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가로 봉사하고자 사직서를 냈다. 이후 에티오피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총성이 오가는 분쟁 지역에서 난민들을 치료했다. 아이티 지진 구호단 합류 당시에는 정형외과 의사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출국 3일 전 급하게 연락이 왔지만, 김 교수는 기꺼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환자의 문제를 메워주는 의사 업무가 고장이 난 것을 쓸 수 있게 하는 땜장이와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어느 곳이든 찾아가서 환자를 치유해야 한다는 의사의 직업적 소명이 땜장이랑 똑 닮았죠.”

김 교수는 우리가 하느님이 주신 소명으로 각자 가진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이를 이웃 돌봄으로 이어가길 원했다. 그는 “모든 직업은 각자 하느님이 준 역할이 있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제가 의사로서 직업적 소명을 고통받는 이웃을 치료하는 것이라 생각해 나선 것처럼, 주님께서 주신 재능으로 이웃을 위해 활용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9년부터 매달 요셉의원에서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2년 전 출간한 자서전 「땜장이 의사의 국경 없는 도전」 인세는 매년 국경없는의사회에 전액 기부하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가 된 것도, 땜장이로 살아온 것도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 이웃을 돌보는 ‘땜장이’가 되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