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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개최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29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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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활동, 복음의 육화 지향” 평가… 계승 고민도
불의가 가난을 낳는 데 주목하고 사회적 약자 돌본 민중의 동반자
평신도의 주체성 존중하며 신용협동조합운동 옆에서 도와
지 주교의 정신 계승을 목표로 지역공동체 중심의 경제 제안
생명 협동운동의 정통성 이어 협동네트워크 강화 강조하기도

9월 14일 상지대학교 민주관에서 열린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사회추진위원회 제공

1965년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에 임명된 지학순 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원주에 가톨릭센터와 진광학원, 원주MBC를 설립해 교육과 문화 활동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협동조합을 만들고 벽지보건사업을 전개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썼다. 또한 1974년 유신헌법은 무효라고 선언하며 투옥된 지 주교는 이후 평생을 정의와 인권, 평화운동에 헌신했다.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학순 주교의 삶과 영성을 기억하고 이를 계승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사회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곽호인 신부, 이창복·한경호·현각 스님·정대화·이계열, 이하 시민사회추진위)는 9월 14일부터 3일간 상지대학교 민주관에서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억’, ‘계승’, ‘기억과 계승의 실천’을 주제로 3일에 걸쳐 열린 학술대회는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를 비롯해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황종렬(레오) 소장,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이종우 교수,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최보연 교수 등 종교와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지 주교가 남긴 업적을 살펴봤다.

14일 ‘지학순 주교의 활동에 담긴 삶의 가치’에 대한 주제 발표로 학술대회 문을 연 황종렬 소장은 지 주교의 생애 안에서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 살아온 그의 ‘위타행’(爲他行)의 실재를 찾아냈다.

황 소장은 카리타스 총재, 한국교회 사회선교협의회 회장,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를 설립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헌신한 지학순 주교의 ‘위타인’(爲他人)으로서의 삶을 소개하며 “지 주교는 사회 불의가 가난과 소외를 낳는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불의한 사회 체제에서 그만큼 더 고난을 겪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 주교의 활동과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정용 신부는 “복음이 지 주교의 삶과 활동의 근거가 됐던 만큼 그의 사목적 활동은 애초부터 복음의 육화를 지향하는 것이었다”며 “지 주교에게 복음의 육화는 곧 삶과 신앙의 일치, 활동과 영성의 일치, 하느님 사랑과 인간 사랑의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는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신부는 지 주교의 활동과 영성을 ‘보편적 인간애’, ‘육화와 연대’, ‘자유와 해방’, ‘일치와 평화’, ‘변화와 쇄신’ 다섯 가지 관점으로 정리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 쇄신을 위해 헌신한 지 주교는 공의회 정신에 대한 학습과 공의회 정신의 사목적 실천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실천의 중심에는 평신도의 주체성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김 신부는 “평신도의 주체성과 고유성에 대한 지 주교의 지지와 신뢰는 특히 평신도들과 함께 복음과 공의회 정신의 육화를 위해 노력했고 또 평신도들이 신용협동조합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 주교의 삶은 분단과 6·25전쟁, 군사독재와 민주화라는 굴곡진 한국사와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상지대 이종우 교수는 한국 민중사 속에서 지 주교 활동의 의미를 이날 학술대회에서 살펴봤다. 지 주교 활동의 민중사적 의미를 크게 민중의 인권 수호, 약자보호로 정리한 이 교수는 “지 주교의 지향점은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학생과 시민,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빼앗긴 고통받는 노동자,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을 향해 있었다”며 “지 주교는 부정부패운동으로 정부에 대한 저항을 표했을 뿐 아니라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남한강수해복구사업에 참여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데 헌신한 민중의 동반자였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지 주교의 정신을 바탕으로 계승해야 할 과제들을 다뤘다. 이후연구소 하승우 소장은 ‘지역사회와 대안경제’를 논의하며 “지 주교의 정신을 계승해 불평등 해소와 민주주의 강화를 목표로 지역공동체 중심의 대안경제가 맺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협동운동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상지대 최덕천 교수는 “원주의 협동운동은 지 주교가 전개한 생명 협동운동의 정통성을 이어 협동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플랫폼 협동주의,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노동,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미래의 대안을 살펴보고 16일에는 원주 시민들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지 주교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방법과 구체적인 실천 사항들을 논의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