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5-17 수정일 2021-05-18 발행일 2021-05-23 제 324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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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신부 지음/622쪽/3만 원/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천주교는 어떻게 한국적 종교로 자리잡았나
초기 조선천주교회는 중국과 다른 특징을 가진다. 짧은 기간에 보유론을 넘어 계시진리의 본질을 이해하고 수용했다는 점, 그리고 처음부터 교리를 실천적으로 수용해 이를 순교신앙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천주교회가 중국과 다른 모습으로 토착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이대근 신부(대전 송촌동본당 주임)는 “한국에서의 천주교 수용은 외부 요인에 의해 이뤄진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유교 내부에서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됐던 사상적 기반 위에 일어난 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유교의 상제(천) 관념을 바탕으로 천주를 대군대부로 인식하고 천주공경을 유교적 충효 관념 속에서 받아들인 보유론적 천주관은 조선천주교회 천주관의 토착화를 촉진시키는 모태가 됐기 때문이다. 동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사제이자 동양철학자로 살아온 이대근 신부는 “서양의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한국적 종교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국종교사상사 안에서 그리스도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신부는 한국 그리스도교의 토착화 여정에 기여하고자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을 펴냈다.

이 신부는 조선천주교회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중국에서의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을 다룬다. 1부에서는 두 사상의 인격적 절대자관(천관·천주관)에 초점을 맞춰 두 사상 안에 있는 상호 수용이 가능하게 했던 내용을 탐색한다. 2부에서는 조선의 천주교 수용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근기남인(近畿南人, 한양·경기도 거주 남인)이 지녔던 독특한 화풍을 시작으로 조선에서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설명한다. 특히 3장에서는 초기 조선천주교회의 천주관 전개양상을 단계별로 세분해 그 변화과정을 점검한다. 먼저 이벽과 윤지충을 중심으로 살펴본 뒤, 신해박해에서 신유박해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했던 정약종과 그의 저서 「주교요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여기서는 제사금령으로 천주교를 떠나고 이후 유교사상에 더욱 천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정약용과 달리 끝까지 천주교 신앙에 충실하며 순교에까지 이른 정약종의 생애와 사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토착화된 천주사상의 특징과 전망도 4장에서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조선에서의 천주교 수용이 왜 처음부터 영적·신앙적·실천적 차원으로 나아갔는지, 목숨까지 버리면서 신앙을 지키려고 했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