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1967년 미국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개최된 여성 관상 공동체들의 장상 모임에서 한 수도자가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인 토마스 머튼 신부에게 이같이 물었다. 이에 머튼 신부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이미 하느님과 일치돼 있다고 반드시 말해 줘야 한다”며 “관상기도는 우리가 이미 하느님과 일치해 있다는 의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관상의 보편화를 영성의 핵심으로 삼았던 토마스 머튼 신부는 깊은 고독과 침묵, 타종교와의 만남을 통해 관상이 수도승이나 신비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개방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관상의 영역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한 하느님의 은총임을 알게 된 그는 이 같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대화의 핵심은 반드시 영적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세계를 향해 토마스 머튼 신부는 관상적 대화를 통해 참된 평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에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한국 위원회 책임을 맡고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재찬 신부는 2019년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에서 수여하는 토마스 머튼 상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토마스 머튼 신부에 대해 공부해온 그는 머튼 신부의 영성을 통해 “관상은 종교 간 대화의 미래”라는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머튼 신부의 관상 영성과 함께 모든 종교 간 대화의 기본 원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